저녁을 제대로 먹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배가 허전해, 밤늦은 시간에 배달음식 전단지를 뒤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식사량이 적어 배고픔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울함, 불안, 공허함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식욕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억지로 굶는 이들이 전보다 왕성해진 식욕으로 고생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밥을 먹은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금방 식사를 한 것처럼 배부름을 느끼는 것이다. 밥을 많이 먹어서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배가 부르다고 착각하는 것, 즉 헛배부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헛배부름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그중 ‘위무력증’은 헛배부름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장 질환이다.

위무력증은 위가 약해져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위가 무력해지면 위장의 면역 기능이 떨어져 음식물에 들어 있는 독성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위산이 적게 분비되며,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위장 근육 운동이 저하된다.

그 결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은 날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소량이라도 먹은 날이면 소화불량, 급체, 염증, 역류, 가스 생성 등 크고 작은 소화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다 보니 덩달아 장운동도 멎어 변비가 나타날 수도 있으며, 지속적으로 발생하던 염증이 궤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잘 알려졌듯 한국인은 위장질환에 취약하다. 여기에는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식성과 과도한 스트레스, 그리고 운동부족과 같은 생활습관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 소화불량, 염증, 더부룩함을 동반하는 위무력증 역시 이러한 생활습관의 영향으로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위무력증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생활습관을 되돌아보고 위가 활동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평소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는다면 점차 횟수를 줄이고, 짜게 먹는 습관이 있다면 조리할 때 넣는 소금의 양을 줄여야 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도 중요한데, 배가 고플 때 음식을 왕창 먹기보다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적정량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도 위무력증과 관계가 있다. 현대인 대부분이 밥을 먹자마자 자리에 앉거나 자리에 눕는데, 이는 위장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나아가 운동부족으로 배에 지방이 많이 축적되면 소화관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위가 무력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위무력증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위무력증은 규칙적인 식습관과 활동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위무력증에 시달렸거나 이미 염증으로 인한 통증을 경험한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가 위장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부산위담한의원 강진희 원장 (헬스인뉴스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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