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발표에 따라 보건당국도 절차작업 착수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국내 의료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WHO는 지난 25일 열린 세계보건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에 질병 코드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2022년부터 WHO 권고사항에 따라 게임중독에 관한 질병 정책을 펴게 된다.

보건당국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은 이미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현상으로 WHO의 질병 분류에 따라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상 오랜 시간 게임에 몰두하면 게임중독이라고 여기지만, 단순히 시간만으로 중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 여부는 게임을 할 때 뇌에서 기쁨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는지, 도파민이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분비돼 신경회로에 이상을 초래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중독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범죄가 한 번씩 문제가 되긴 하지만 학업이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등 다양한 일상생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을 새로운 질병으로 채택한 WHO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절차작업에 착수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은 관련 의학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해 의학적, 공중보건학적으로 게임중독 개념을 정립하고 실태조사를 거쳐 유병률 등을 살펴보고, 구체적 진단기준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 관리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새로운 질병 등장에 따라 보건당국으로서 역학조사를 통해 게임중독의 실태를 파악하고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대책을 차근차근 세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게임중독이 공식 질병으로 분류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질병코드에 넣으려면 과학적 조사와 전문가 자문, 연구용역을 거쳐야 하고, 유사증상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과의 상관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무엇보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질병과 사망원인)에 게임중독이 들어가려면 5년 주기 개정 시점인 2025년에야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르면 2026년에야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공식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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