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 치매 예고앱 개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길 찾기' 테스트가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에 사용되고 있는 표준 인지기능 테스트보다 정확하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임상 신경과학과의 데니스 찬 박사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노인과 그중에서도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노인을 가려내는 데 VR 내비게이션 테스트가 매우 정확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MCI란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노인들보다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뇌에는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로 가는 길과 방향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센터가 있다. 내후각 뇌피질(entorhinal cortex)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치매로 맨 먼저 손상되는 뇌 부위 중 하나다.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초기 증상 중 하나가 길을 잃는 것이다.

연구팀은 MCI 노인 45명과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 41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MCI 노인들을 대상으로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 검사를 통해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등 생물표지(biomark)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12명이 양성으로 판정됐다.

MCI 노인은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MCI에 치매의 생물표지까지 지니고 있다면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전체를 대상으로 VR 헤드셋으로 내비게이션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MCI 노인들은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대조군보다 테스트 성적이 나빴다.

특히 MCI 노인 중에서도 치매 생물표지를 지닌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훨씬 성적이 나빴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적 차이로 CSF 검사결과가 양성 또는 음성으로 나온 노인들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VR 내비게이션 테스트가 표준 인지기능 검사보다 치매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노인을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장차 치매의 진행을 지연 또는 중지시키는 약이 개발됐을 때 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되는 임상시험에서도 VR 내비게이션 테스트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한편 찬 박사는 케임브리지대학의 모바일-웨어러블 시스템·증강지능센터(Center for Mobile, Wearable Systems and Augmented Intelligence) 과학자들과 함께 치매의 예고 신호를 포착하고 진행을 모니터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앱으로 내비게이션 능력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변화, 즉 경고 신호들을 포착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찬 박사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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