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기관이 편의점 및 도시락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에 포함된 나트륨 함량 정보를 조사한 결과, 1회 제공량 당 평균 1,237㎎의 나트륨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1일 나트륨 적정량(2,000㎎)의 60%가 넘는 수준이었다.

도시락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이맘때면 성수기를 맞이하는 냉면은 한 그릇에 나트륨이 평균 2,600㎎이나 들어가 있고, 치킨은 반 마리만 먹어도 1,600㎎에 달하는 나트륨을 섭취하는 격이 되며, 심지어 건강을 위해 선택한 메뉴인 비빔밥마저도 1인분 당 나트륨이 1,050㎎이나 들어 있다.

외식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짜게 먹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이토록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터다. 특히 웰빙 음식의 대표주자인 비빔밥 속 나트륨양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전했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비만 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혈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하지정맥류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내 판막의 손상으로 혈액이 심장 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역류하여 다리에 고여 부종과 통증, 저림, 경련 등 크고 작은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에는 얼마 걷지 못했음에도 다리에 몰린 혈액 때문에 제대로 걷기가 어렵거나 새벽녘에 발생한 종아리 경련으로 잠에서 깨고, 혈관이 피부 위로 돌출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나트륨이 하지정맥류를 유발하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삼투압 현상을 떠올리면 된다. 나트륨을 섭취하면 혈액 속 염분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때 삼투압 현상에 의해 농도가 낮은 수분이 농도가 높은 혈액 속으로 옮겨오고, 이것이 곧 일시적으로 혈액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짠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은 이러한 현상을 반복적으로 일으켜 결국 혈관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하지정맥류를 유발하기에 이른다.

안타까운 점은 음식 속 나트륨의 양과 하지정맥류라는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결 짓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치만으로는 어마어마한 양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고 인식되지만, 정작 그 음식을 먹을 때만큼은 우리 입이 즐거울 정도로 짭짤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이상 짠맛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하지정맥류 발생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당신은 어떤 식사를 할 것인가? 삼삼한 한 끼인가, 짭짤한 한 끼인가?

대전서울하정외과 박종덕 원장 (헬스인뉴스 건강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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