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우주에서 생존 가능하지만 아직 임신 단계까지는 어려워

냉동 정자 샘플이 우주와 유사한 미세 중력에 노출되어도 계속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4일 비엔나에서 개최된 유럽 인간 생식 및 발생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에서 제시된 이번 연구결과는 우주 기반 생식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최소 한 가지 장애물을 극복했음을 시사한다.

우주에서의 생식과 번식은 굉장히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태양 등이 방출하는 우주 방사선은 배아에 큰 위협이 되고, 우주의 무중력은 우리 몸의 순환기 및 호흡기, 생식기까지 손상시킨다. 이에 과학자들은 지구 건너편 가상의 식민지로 이주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인공 생식을 고려하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Dexeus Mujer의 배아 연구소에서 폴리테크닉 대학의 극미 중력 기술자들과 스페인 항공클럽의 아마추어 비행사 회원들과 협력하여 진행한 것이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10명으로부터 정자 샘플을 채취하여 냉동시킨 다음 비행기에 실었다. 실험 샘플을 실은 비행기는 우주와 유사한 조건의 중력에 노출된 채 비행 시뮬레이션을 거쳤고, 비행이 끝난 후 연구원들은 샘플을 녹여 지상에 있던 일반 정자 샘플과 비교했다.

그 결과 우주와 유사한 조건의 무중력에 노출되어 있던 냉동 정자 샘플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몇 가지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연구에서는 정자가 우주에서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지 입증하지 못한데다가, 설사 정자가 우주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냉동 정자를 이용해 우주에서 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캔자스 대학 메디컬 센터의 Joseph Tash 명예교수 역시 “이번 실험은 무종력 및 우주 방사선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우주 비행 조건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며,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의 또 다른 과제는 우주 공간에서 생식기와 수정란, 태아, 산모가 태양 방사능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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