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특성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빨리빨리 문화’이다. 일처리를 할 때도 빨리빨리, 밥을 먹을 때도 빨리빨리, 심지어는 휴가를 떠나서도 빨리빨리를 외친다. 혹자는 빨리빨리 문화가 빠른 경제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지만, 한국인 대부분을 위장 질환자로 만든 데 빨리빨리 문화가 한몫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식탁 한가운데 찌개를 올려두고 나눠 먹는 한국인 고유의 식문화도 위 건강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요리 하나를 여럿이서 나눠 먹는 행위가 위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전파하기 때문이다.

위에 염증이 발생하면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되지 않으며, 명치 통증, 복부 팽만, 식욕부진, 트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외에도 알코올, 진통제와 같은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공복에 마시는 커피, 자극적인 음식도 위 점막의 방어 체계를 깨뜨려 위염을 유발할 수 있다. 커피와 매운맛을 사랑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를 가진 한국인은 위염 발병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 위염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위염 증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만성화하여 위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위장 점막이 장 점막의 형태로 바뀌는 장상피화생을 동반할 수 있다. 장상피화생은 위암의 전 단계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한국인은 우선 음식을 나눠 먹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근래에는 식탁 위에 개인 접시가 높여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아직도 즉석 떡볶이나 팥빙수, 아이스크림 등을 가운데 두고 나눠 먹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 외에 술잔을 돌리는 것, 부모가 아이에게 딱딱한 음식을 씹어서 주는 것 역시 헬리코박터균을 옮길 위험이 있다.

자극적인 음식, 밤늦은 시간에 음식을 먹는 습관, 과식 또는 폭식하는 습관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식문화 개선에 신경을 쓴다 하더라도 이러한 생활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위장 질환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먹되, 적당량을 먹는 것이 좋고, 위장의 활동성을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가 잘 안되거나 속 쓰림, 복부 팽만 등 위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위의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부산위담한의원 강진희 원장 (헬스인뉴스 건강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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