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팀, 준비해 주세요."

일생일대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 A씨는 본인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엄청난 긴장감에 휩싸이고 점점 더 위축되어가는 몸을 느낀다. 그리고는 본인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데, 긴장감이 오르면 오를 수록 A씨의 배에서는 이상한 신호를 자꾸만 보내온다.

꾸륵꾸륵 배에서 마치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복통이 서서히 다가오자,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A씨는 점점 무너진다. 머리 속은 새하얀 도화지처럼 변해가고 발표보다는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커지는 것이다.

발표가 끝난 뒤 A씨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허탈함을 느낀다. 본인의 인생을 걸 수 있을만큼 중요한 발표를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모두 망쳐버린 것이다. A씨처럼 큰 일을 앞두고 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혹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경우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생각보다 현대인들 사이에서 흔한 대표적인 대장질환이다.

실제로 전체 인구의 약 15~30%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는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약 2배 가량 많이 발생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상한 음식을 먹지 않았고 장염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설사나 변비, 복통, 배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 등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를 이어갈 수 없는 건 물론 심한 경우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게 만드는데, 대개 유년 시절에 위장이 허약했거나 대장질환을 앓았던 병력이 있는 경우, 신경이 예민한 성격을 갖고 있거나 불규칙한 식사나 편식을 하는 경우, 건강 염려증이 심한 경우, 직장이나 가정 혹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그렇다면 무조건 식사 후 배가 아프고 설사나 변비가 반복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 이는 좀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지만 병원 방문이 어렵다면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는지 체크해 보는 것도 좋다.

지난 1년 중 12주 이상 복부 불쾌감, 복통과 함께 아래 2가지 증상이 동반되었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2가지 증상으로는 복통이 느껴지다가도 배변을 하면 증상이 나아진다, 배변 횟수와 함께 대변 형태가 변했다, 점액성 변을 보이고 배가 자꾸 부글거리고 팽만한 증상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단순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일 수도 있지만 염증성장질환이나 장의 감염, 내분비계 질한, 장의 흡수장애, 신경계 및 근육계통의 질환, 악성 혹은 양성 종양 등의 원인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병원을 방문해 그 원인을 정확하게 검사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때에는 문진과 함께 혈액검사, 분변검사, X-ray 검사, 초음파 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생활습관, 스트레스가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손꼽히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평생 치료 보다는 관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증상이 너무 심한 경우라면 약물이나 정신과적 치료를 통해 좀 더 정상적인 장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이와 함께 환자 역시 건강한 대장을 만들기 위해 환자 역시 생활습관, 식습관을 개선해야 하는데 가능한 한 규칙적으로, 때에 맞춰 식사를 하는 것이 좋으며 식사를 할 때에는 장에 자극을 주지 않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길 권한다.

과식, 고칼로리 식사는 반드시 피해야 하고 흡연, 음주, 커피, 탄산음료 등 기호 식품 역시 자제해야 하며 고기 대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덧붙여 본인의 몸에 맞는 적절한 정도의 운동도 꾸준히 해주는 것 역시 좋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겠다.

대항하정외과 윤진석 원장 (헬스인뉴스 건강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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