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는 한국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직장인은 물론, 한창 자야 할 시간에 스탠드 불빛 아래서 부족한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도 피곤함은 때가 되면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하지만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것, 점심 식사 대신 쪽잠을 선택하는 것, 커피를 마시고도 정신이 맑아지지 않는 것은 절대 익숙해질 만한 현상이 아니다.

언제부터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곧바로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다면 한 번쯤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이란 특별한 이유 없이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하는데, 나른한 느낌, 두통, 어깨 결림,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불면증과 같이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동반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현대인은 피로에 굉장히 취약하다. 아침 일찍 나가 밤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생활패턴, 잦은 회식, 과도한 스트레스, 일상 속 활력 부족 등 몸과 마음이 충분히 쉴 수 없는 생활환경은 만성피로증후군이 발생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만성피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정한 생활리듬을 유지하고 가급적 술, 담배, 스트레스 등 피로를 심화시키는 요인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피곤함을 느낄 때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이 더 이로울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럴 때일수록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운동은 엔도르핀을 분비하여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등,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것은 만성피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정해진 식사 시간이 없는 것, 음식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밤늦은 시간에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라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위장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로 인해 신체에 에너지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인한 증상들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해진 식사 시간이 없고 끼니를 자주 거르며, 야식을 먹는 생활을 해 왔다면 피로 해소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습관을 과감하게 없애는 것이 좋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현대인은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두르면 허둥대기만 할 뿐이다. 허둥대다 보면 군데군데 실수를 남기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 실수를 만회하느라 더욱 피로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끼니를 때우는 것에 의의를 두는 식사가 아닌, 위장 건강까지 돌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식사임을 잊지 말도록 하자.

부산위담한의원 강진희 원장 (헬스인뉴스 건강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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