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명의인터뷰]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 마음의 병 혼자서 극복 힘들어요."
[심층! 명의인터뷰]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 마음의 병 혼자서 극복 힘들어요."
  • 하수지 기자
  • 승인 2019.09.10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 동안 슬프고,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나면 심신이 지쳐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면 사람들은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칠 때가 있는데, 만약 이러한 경우에 당신이 해당된다면 스스로 매일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다독이며 스트레스를 웃어 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길 권한다.

"괜찮아"라고 말하며 본인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것도 좋지만 이미 마음의 병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경우라면 이는 위로가 아닌 그저 정신질환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혹시 주위에 아니면 당신이 괜찮다고만 말하고 있진 않은가? 혼자서 극복하기 힘든 마음의 병에 대해 헬스인뉴스 건강멘토 채움정신건강의학과 김세웅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채움정신건강의학과 김세웅 원장
헬스인뉴스 건강멘토 채움정신건강의학과 김세웅 원장

Q. 안타깝게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도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자 하는 분들은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기본적으로 低인식 -> 低발견 -> 低치료의 악순환의 고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정신질환 자체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고만 하는 경우가 많고 신체적 증상만을 보고하는 경향(Ex. 두통, 소화 불량, 통증)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신과 진료보다는 타과 영역에서 신체증상에 초점을 맞춘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Q. 아무래도 마음의 병, 정신질환에 대한 안 좋은 시선과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한국에서는 정신과 방문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편견이 어쩌다 생긴 걸까요?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신건강 질환으로 인한 증상에 대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정신력, 의지의 부족’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증상을 타인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피검사나 사진처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모호함 때문에 ‘정신과적 질환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인식 역시 높습니다. 그리고 조현병 등 생애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일부 질환으로 인한 편견 때문에 어차피 정신적 문제는 낫지 않는 문제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최근 정신질환이 있는 분이 저지른 소수의 강력 범죄 사건들에서 보여진 기울어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정신과 질환은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라는 편견 또한 언급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당뇨는 게으른 사람이 운동 부족이나 단 것을 많이 먹어 생기는 자기 실패의 결과로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뇨를 개인의 특수한 문제라 여기지 않고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며 잘 조절하면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고 인식합니다. 마찬가지로 정신건강의학과적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은 개인의 삶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삶의 큰 어려움 속에서 힘들 수 있고 그 중에서는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일부 질환이 존재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흔히 하는 실수가 바로 ‘넌 마음이 약해서 그래’처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 말처럼 정신질환은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이 가능한 것인가요?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증상 중에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나 관련된 신경계의 과잉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어려움(사고, 인지기능, 생리적 변화)이 동반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내 자신이 나약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용기를 내 병원을 선택하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간혹 의사의 치료가 별로 도움이 안 될 때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 같은 상황을 미리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건강의학 진료 특성상 개별적이고 사적인 부분이 많아 객관적인 지표나 정보 등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홈페이지 등을 보시면 각 선생님들마다 주로 활동하시는 학회, 세부 전공(Ex. 소아/노인의학), 전문 클리닉(Ex. 정신분석, 인지치료, 그룹치료 등), 세부시설(Ex. 놀이치료실, 언어치료실, 집단치료실, 각종 기계 등) 등이 기재된 경우가 있어 이는 병원을 방문하시는 분들께 선생님의 전문 분야를 유추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Q. 정신질환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들에게 심리상담센터, 정신과는 어쩌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두 곳이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는 다소 알기 어려운데, 그 차이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두 기관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둘 사이를 쉽게 구분하는 것은 힘들지만, 개인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일상생활(잠, 식사), 생리적 변화(통증 및 신경학적 이상), 사고 및 인지기능의 변화, 대인 관계적 어려움 등이 현저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먼저 방문하시기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Q.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인들에게 유독 많이 발생하는 정신질환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질환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신질환에 있어서 한국인에게 유독 더 두드러진 정신질환으로 알려진 것은 화병(hwa-byung)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노와 관련된 병은 세계 각 문화권 마다 차이가 있지만 화병은 한국 특유의 문화 관련 증후군 중 하나로 반복되는 불공평한 사회적 처사 및 외부의 부당한 폭력에 대한 반응으로 화가 나는 것, 억울하고 분한 것, 한스러운 것, 속상한 것, 스트레스, 상처 받음 등을 사회적 상황 때문에 참다보니 생기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유교, 가부장, 가족적 집단주의, 남녀차별, 그리고 사회계급 문화 등 한국의 전통적인 권위적이고 억제적인 문화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화병은 그저 참고만 지내기, 위축되어 있기, 회피하기(공상, 걱정 반복) 충동적 행동화(무모한 쇼핑, 물건 파손, 남 탓만 하기, 미성숙한 분노 표현) 등의 대응방식 등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Q. 가족 중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이 있어도 정신질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을까요?

유전적인 부분은 정신건강 의학적 질환 모델의 중요한 가설 중 하나입니다. 질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각 질환에 대한 유전적인 요소는 일관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다만 유전적인 요소 외에도 환경 및 스트레스, 개인의 심리적 요소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단순히 유전적인 부분만을 그 원인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가져야 할 태도, 그리고 이들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선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그 사람의 현재 어려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만약 큰 영향이 없는 상태라면 평소에 대하는 방식대로 동일하게 대하시되 조금 더 존중하는 태도로 경청해보시기를 말씀 드립니다. 무조건 긍정을 강요하는 태도, 개인의 의지의 지나친 강조, 타인과 환자를 비교하거나, 원인을 자기 마음대로 추측해서 개입하는 태도 등은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정신과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당사자가 바라지 않는 부분까지 지나치게 배려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장의 어떤 문제를 풀어가기 보다는 급하지 않게, 그리고 천천히 그 분의 어려움과 함께 머무르고 동참하려는 태도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Q. 마음이 병들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신질환 예방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살면서 어려움은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때 부터는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며 누구도 자신에 대해서 관대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힘이 들어질수록 일상을 지켜내는 건강한 습관(Ex,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 시간, 매일 규칙적인 활동들과 운동, 적절한 식사유지와 휴식, 금주) 등을 권유 드립니다.

Q. 지금까지 수많은 정신질환 환자들을 만나오셨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위험했다거나 하는, 기억에 남았던 환자가 있으셨나요?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은 그저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분들이기에 위험한 경우란 없습니다. 다만 한 분 한 분의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다보면 내 이야기 같고 또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 같아서 때로는 저 역시 웃고 울게 됩니다. 면담 중 덤덤히 말씀 하시던 환자 분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창피해 했던 순간이 기억이 납니다.

Q. 환자들을 진료할 때 원장님이 가장 많이 하시는 조언이 있을까요? 또, 환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신력이 문제다, 마음이 나약하다,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너 하기 달렸다, 의지를 가져봐, 안 그런 사람 어딨냐? 넌 너무 생각이 많다, 스트레스 받지 마라는 주변의 가짜 조언들을 너무 마음에 담지 말라고 우선 조언을 드립니다. 그리고 내 자신과 싸우려 하지 말고 나 자신을 격려하고 좀 더 관대하게 대하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마음의 병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를 돌보고 아끼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은 절대 내가 원해서 생긴 일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은 그런 문제들을 내 잘못이나 문제로만 생각하고 숨기려 합니다. 첫 걸음은 쉽지 않으시겠지만 용기를 내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보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