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으로 둔갑한 탈모 치료제 때문에 온몸에 털이 덥수룩하게 난 아이들

얼마 전 스페인에서 17명의 어린 아이들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나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이들에게 얼굴과 몸에 털이 과도하게 자라는 늑대인간 증후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늑대인간 증후군은 10억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으로, 암브라스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안드로겐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온몸, 또는 특정 부위가 털로 뒤덮일 정도로 과도하게 자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과는 다른 특이한 외모 때문에 불편함을 겪기 쉽다.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El pais)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보건당국은 아이들의 몸에 털이 덥수룩하게 자라기 시작한 것을 본 부모들의 신고를 받고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곧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밝혀냈는데, 조사 결과 늑대인간 증후군에 노출된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위장병을 개선하는 약을 복용한 후 이 같은 증상이 시작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들이 복용한 약은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위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오메프라졸이 함유된 위장약으로, 위벽에서 위산 분비와 관련된 프로톤 펌프를 억제하여 위산을 빠르고 강하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많이 복용하는 약이다.

문제는 늑대인간 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이 복용한 약에는 오메프라졸이 아닌 모발 성장을 촉진시켜주는 탈모약인 미녹시딜이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약을 판매한 제약회사가 약품을 만들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인하여 오메프라졸이 아닌 미녹시딜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스페인 보건당국은 즉시 오염된 약품을 모두 회수·폐기 처리하고 유통도 금지시켰다. 또한 이 약품이 생산된 공장도 얼마 후 문을 닫았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늑대인간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아이들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한 병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약을 끊으면 다시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몸에 털이 자라나면서 주변 아이들에게 심한 놀림을 당한데다가, 증상을 밝혀내기 위해 몇 주 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또한, 엘 파이스는 이 사건으로 한 명의 어린이가 간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에 늑대인간 증후군으로 고통을 받았던 4가족이 이번 사건의 배후 회사인 FarmaQuimica Sur를 상대로 소송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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