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인뉴스 건강멘토 선양신경외과의원 최율 원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질환을 떠올리면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일명 마음의 병이 깊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는 마음의 병이라고 보기보다는 뇌에 생긴 문제로 인해 발병하는 것이 더 정확한 의미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뇌를 관찰해 보면 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들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관련하여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의 원인이라 볼 수 있는 '뇌'에 대한 이야기를 헬스인뉴스 건강멘토 선양신경외과의원 최율 원장을 통해 들어보았다.

Q. 정신질환 대부분이 '뇌'에 생긴 문제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신질환의 문제는 뇌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뇌에 생긴 문제로 정신질환이 생긴다고 설명함이 맞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외상 등 거대한 손상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요즘에는 미세 손상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입니다.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염증반응들도 미세한 뇌 손상의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당뇨 같은 내분비계 질환들도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뇌에 생긴 문제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리고 반대로 뇌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 정신질환이 있는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암처럼 초기-중기-말기로 진행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은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등입니다. 이들 정신질환은 모두 뇌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활동이 줄어들거나 맘대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들입니다.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유전·사회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思考)와 감정, 행동에 이상이 생긴 상태.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알코올 중독 등이 주요 정신질환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앞에서도 설명하였지만 뇌에 생긴 문제로 정신질환은 발생한다고 보시면 될듯합니다.

Q. 흔히 정신질환을 '마음의 병'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뇌 손상으로 발병하는 것이라면 정신질환을 무조건 마음의 병으로 봐도 되는 걸까요?

정신질환의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타고난 유전이나 선천적인 요소와 이 밖에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힌 환경이나 심리적인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발병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생물학 적인 바탕과, 발달 과정에서 형성된 인격, 이러한 인격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정신질환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에 대하여 과거에는 주로 심리적 요인만을 따져 보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 심리학 연구에서 유전학과 뇌내 화학물질 연구들을 통해서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이 정신질환의 원인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은 무조건 마음의 병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Q. 최근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이 연이어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며 조현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조현병 역시 '뇌'에 생긴 문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조현병 또한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유전,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현병의 경우 병을 초래하는 이유가 어머니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질병이라고 믿었지만, 현재는 이 이론은 거의 폐기되었습니다.

2011년 발표된 연구에서 뇌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한 분석기법을 통하여 고 위험군에서 전체 대뇌피질 두께를 비교한 결과, 대뇌피질의 두께가 일반인, 고위험군, 조현병 환자 순으로 점차 감소되었음을 보고했습니다. 고위험군은 특히 유의하게 전두엽, 내측 측두엽 등의 피질두께가 감소되어 있었는데,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 부위의 대뇌 피질 손상은 조현병의 원인 중 하나로 밝혀져 있습니다.

PET 같은 검사법을 통하여 조현병 환자들은 뇌 중심부 도파민 수용체의 증가 혹은 전두엽과 측두엽의 도파민 및 세로토닌 수용체의 감소와 같은 소견을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변화가 불균형이 된 도파민과 세로토닌 회로의 조화 회복이 조현병의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PET 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Q.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조현병 환자들이 많아지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매년 전 세계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양극성장애(조울증) 등 적어도 한 종류의 정신질환을 겪고 있습니다.(Z. Steel et al.) 정신질환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미국에서만 한 해에 약 4400만 명에 달하며 이는 물질 남용 장애를 제외한 수치입니다. 유럽에서는 어느 해를 꼽든 성인의 평균 27퍼센트가 심각한 정신장애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확률이 이렇다면 결코 우리와 그리 멀리 있는 병이 아닌 것입니다.

조현병 환자들은 망상, 환각, 완전한 정신이상으로 고통 받는데, 길을 헤매며 혼잣말을 하거나 인지 결함을 보이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함은 삶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하도록 도와주는 작업기억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상당수의 환자들은 우울증에 빠지며, 감정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조현병 환자들도 인지적 압박이 커진 상태에서는 수행 능력이 떨어지게 되어 원시적인 뇌로 변하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너무 과한 것을 요구받거나 환경에 자극이 많을 때는 그렇지 않아도 저하되어 있는 뇌의 기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그들은 화를 내거나 부적절하게 반응할지도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질환은 본질적으로 생리학적인 문제입니다. 뇌경색이 뇌의 혈관 병이듯 정신질환은 뇌의 병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정신질환자들은 종종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 뭔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 취급을 받고 환자 가족들에게도 낙인찍히게 됩니다.

암이 환자의 잘못이 아닌 것과 똑같이 정신질환도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을 대하고 충분한 공감과 치료법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정신질환 치료 시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뇌'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을 때에는 어떤 결과가 찾아올까요?

상당수의 정신질환은 암처럼 초기-중기-말기로 이어지는 양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초기에 질환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조현병의 치료에 약물 복용이 필수적인 이유도 결국 조현병이 뇌의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뇌 영상을 이용하여 조현병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일도 치료를 위하여 필요합니다.

호주 멜버른대학의 정신병 조기발견-치료센터(EPPIC)가 초기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를 치료하고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50%의 환자에서 증상이 거의 소실됐으며 22%는 사회·직업적 기능도 회복했다고 합니다. 우울증 역시 초기에 개입했을 경우 완치 확률이 높습니다.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료센터 연구팀이 우울증 증상이 있는 43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초기일 때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하자 9개월 만에 60%에서 증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약을 복용 중단하게 되면 위에서 설명했듯이 우울, 사회, 직업적 기능이 떨어지면서 부적절한 반응을 할 수도 있습니다.

Q. 커피, 담배, 술 그리고 스마트 폰은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떨어뜨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을 모두 의학적으로 '중독됐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좋아하고 습관이 되었다고 해서 중독되었다가 표현할 수는 없을듯합니다.

예를 들어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늦은 시간에 커피를 여러 잔 마셔도 쉽게 잠드는 사람이 있습니다(CYP1A2). 그래서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모두 중독자는 아니며,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힘들 때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중독 증상을 겪는 사람에게 우울증이 더 쉽게 찾아오는 것처럼 뇌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병하는 정신질환들이 서로 연관되어 발생할 수도 있나요?

네 앞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조현병, 우울증, 치매 등은 서로 연관되어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Q. 최근 WHO에서 게임 중독을 질환으로 규정했습니다. 정말 게임을 하면 뇌가 손상될 수 있나요?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네 5월 20일 세계보건기구에서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으로 분류하였습니다. 단순히 게임을 오래 하거나 자주 한다고 해서 게임중독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게임 빈도나 횟수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는지 등을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즉 게임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힘들 때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중독은 도박중독, 알코올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뇌에서 이상이 생긴 질환으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Q.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화 과정을 거치며 퇴화합니다. 뇌 역시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뇌가 퇴화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치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올수 있는 질환들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대부분이 이러한 질환이 올 수가 있습니다.

파킨슨병 같은 경우 120세까지 살면 누구나 걸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Q. 고령자들은 치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과 같은 질환을 가장 무서워하며 피하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아직까지 치료법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뇌 손상 등 원인이 너무나 많아 원인 규명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처럼 피하고만 싶은 질환들을 실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 뇌 손상 예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방법들입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즉 3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하는 겁니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연로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계획 연구의 결과로 장기적이고 규칙적인 신체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인지 기능이 향상되어 인지 능력이 덜 감퇴되었다, 특히, 신체 활동을 늘림으로써 인지 연령이 3년 젊어졌으며, 인지 장애의 위험이 20% 낮아졌다고 밝혀졌습니다.

당뇨를 유발하는 음식 먹지 않기. 과도한 탄수화물, 밀가루 음식 피하기 (좋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도 좋지 않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TV시청을 줄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담배를 피우지 않기도 중요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 '알츠하이머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Q. 만약 이미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그리고 이를 돌보는 가족이 가져야 할 태도나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2003년 이후 승인된 알츠하이머 약은 전무하며, 이미 승인된 약은 병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는 데 효과가 없는 것을 확인되었다"라는 알츠하이머 협회의 발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즉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약을 일찍 복용하게 되면 치매의 악화를 늦추어주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뇌 손상을 예방하고 뇌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 식습관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치매환자가 있으면 24시간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족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과 연계하여 함께 도와나가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현재 우리나라는 치매지원센터가 잘 구성되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병원이나 센터에 도움을 받아 장기적인 치료에 대비를 하여야 합니다.

치매에 걸린 가족이 있다면 '낯선 이와 느린 춤'을이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추듯 사항하는 사람과 병과 더불어 사라가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이 춤이 끝날 때까지

Q. 마지막으로 정신질환 예방에 앞서 뇌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과 함께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책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책을 우선 보고, 읽고 독후감을 쓰고 말로 설명해주면서 뇌의 작업기억 즉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책을 통한 간접경험과 위로 등을 통하여 마음의 안정과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걱정들이 있다는 것을 얻게 됩니다. 즉 세상에 나 혼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안정감을 얻게 되는듯합니다. 하루하루 삶에 감사하는 거지요.

마크 트웨인 "나는 나이가 많이 들었고, 많은 근심 걱정 속에서 세월을 보냈다. 그중 대부분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었다."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걱정거리를 날려버리기 위해, 당신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라. 그러나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

마지막으로 흑색종이란 종양이 뇌로 전이되어 조현병을 앓았던 뇌 과학자 립스카의 말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세상은 정말 아름답구나. 이미 죽어 있었을지도 모를 이 순간에 이렇게 살아 있다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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