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었을 때 마치 체내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침입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식품 과민증’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유제품이 몸에 맞지 않는 유당불내증, 밀가루 속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글루텐불내증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글루텐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사이 서구 사회에서 새로운 화두가 됐다. 글루텐 불내증을 가진 이들이 글루텐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설사, 변비, 복부팽만감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피부, 신경계, 면역계, 체력 등 신체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루텐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CNN health는 최근 JAMA 저널이 글루텐과 관련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JAMA 저널에 따르면 생후 5년 이내에 높은 수준의 글루텐을 섭취하면 소장을 손상시키는 소화기질환인 셀리악병(celiac disease)이 생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셀리악병은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장내의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에 반응하면서 증세가 나타난다. 대부분 생후 2주의 유아에서부터 1년 정도의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며, 유전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글루텐이 포함된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체중감소하거나 증가하고 식욕은 저하된다. 배설물의 점성, 색, 양, 냄새가 전과 다르며, 복부팽만 또는 복통을 호소할 수도 있다. 입안에 궤양이 생기기도 하고 피로하거나 창백해 보이며, 빈혈, 비타민 결핍증 등 전신에 걸쳐 건강 이상 증세를 보인다.

연구팀은 2004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 핀란드, 독일, 스웨덴의 신생아 6,0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5세가 될 때까지 글루텐 섭취량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연구 과정에서 1,216명의 아이들이 셀리악성 자가면역질환을, 450명의 아이들이 셀리악병을 보였다. 셀리악성 자가면역질환은 신체가 단백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첫 번째 신호에 해당한다.

시카고 대학의 셀리악 질병 센터에 따르면 글루텐을 완전히 끊는 것이 셀리악병을 관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부모가 셀리악병에 관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아이의 셀리악병 예방을 위해 글루텐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셀리악병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113명당 1명꼴로 발병할 만큼 흔한 질환인 반면, 국내에서는 발병률이 낮은 축에 해당했다. 아시아인의 경우 유전적 특징으로 인해 글루텐에 대한 감수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밀가루 섭취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만큼, 향후 국내의 셀리악병 발병 증가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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