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 숨기기 바쁜 현대인들의 새로운 고질병 '치질'

대항하정외과 윤진석 원장

불결하고 더럽고 민망한 신체부위를 생각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항문'을 꼽는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항문에서 이상 증상이 느껴지거나 통증이 나타난다면 이를 숨기기 바쁘고 혼자서 어떻게 해서든 극복해 보려 한다.

병원 방문은 있을 수조차 없는 일이거니와 언젠간 나을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우리에게 익숙한 '치질'을 더 심화시키는 생각과 행동일 뿐 항문 건강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처럼 참았다간 오히려 더 심해지기 쉬운 '치질'이라는 질환에 대해 대항하정외과 윤진석 원장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Q. 치질 발병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육류섭취가 늘어나면서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섬유질 섭취가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 볼 수 있습니다.

덧붙여 배변을 위해 화장실을 갈 때 스마트 폰을 습관처럼 가져가시는 것도 치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폰을 가져가면 본인의 본래 배변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변기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치질 유발로 이어집니다.

Q.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치질을 의심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배변 시 통증이 느껴지고 항문이 돌출되는 증상, 항문 출혈 및 가려움증과 분비물이 묻어나오는 증상이 있을 때 치질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간혹 항문이 좁은 분들은 배변이 시원하지 않고 마치 변비처럼 변이 가늘게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에는 치질도 원인일 수 있지만 대장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어서 ‘대장암’ 검사를 필히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Q.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치질과 의학적 용어인 치질은 그 의미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치질이란 용어는 정확히 치핵, 치루, 치열등 항문에 생기는 양성질환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그중 치핵은 약 70% 정도를 차지해 치핵과 치질을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치질은 ‘치핵’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엄연히 말하면 우리가 흔히 아는 ‘치질’은 치핵이란 점. 알고 계시면 쏠쏠한 항문 질환 정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치질은 무조건 수술해야 나을 수 있을까요?

치질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항문에 생기는 다양한 양성질환을 통칭하는 것으로 흔히 알려진 치질 즉, ‘치핵’만으로 보면 각 단계에 맞게 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치핵 1기나 2기인 경우에는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나 시술을 적용해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보다 심하게 진행된 3기인 경우이거나 이 이상 단계에 해당된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핵 3기에 해당하는 경우는 치핵이 배변 시 돌출되며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정도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사람들은 보통 치질 수술을 떠올리면 극심한 통증 및 일상생활 불편감 때문에 기피 합니다. 이런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는 치질 수술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치질 수술 후 통증을 줄이고 싶다면 수술 전 문진과 검사로 환자 상태를 세심히 관찰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꼭 맞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수술 후 통증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또 치질 수술 방법도 어떤 것을 적용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수술 후 통증이 적은 방법으로는 PPH 수술 등과 같은 방법이 있는데, 이는 특수한 기계를 이용해 직장 점막을 절제와 동시에 봉합하는 수술방법을 말합니다.

이 수술 방법은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상처가 작아 일상생활로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찌만 수술을 적용하는 의료진의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Q. 치질 수술을 받기 전, 병원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선택해야 할까요?

항문은 말하기 부끄러운 부위이지만 그만큼 예민하고 평생 사용해야 하는 신체 부위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때문에 항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반드시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기본으로 환자분들을 세심하게 진료하고 고민까지 들어주는 의료진이 있다면 고민 없이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Q. 그렇다면 치질 수술 후에는 어떤 것들을 주의해야 할까요?

치질 수술 후에는 관리가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수좌욕을 자주하는 것입니다.

또 적당한 배변 활동 역시 매우 중요하단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요, 변비나 설사는 수술 후 항문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가장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치질 수술을 받으셨다면 가능한 한 수술 후 약 2주 정도 음주를 조심하시고 변비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생활 습관 및 식습관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Q. 만약 치질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요?

치질 증상이 심각하지 않거나 딱히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통 배변을 원활히 하는 약물 치료를 적용하거나 연구, 좌제 등을 쓰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좌욕을 평소에도 자주 해 주실 것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Q. 치질 예방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변비와 설사가 자주 생기지 않도록 규칙적인 배변이 가장 중요합니다. 좌욕을 자주 해 주신다면 치질 예방까지 할 수 있어 금상첨화입니다.

또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지 않도록 배변 습관을 바꿔야 하며 식사를 하실 때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든 음식을 드시고 물도 자주 드시는 게 좋습니다. 반면 술은 치질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섭취량을 줄이시길 권합니다.

Q. 유난히 치질 환자가 많아지는 계절이 따로 있을까요?

아무래도 기온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추운 겨울에 치질이 발병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미 치질이 있는 분들은 겨울에 그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렇다고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 또한 안심할 수 없으니 사계절 내내 치질 예방 및 관리에 열을 기울여 주셔야 합니다.

Q. 최근 치질 환자들을 위해 먹는 약이 출시 됐습니다. 정말 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치질이 완벽히 나을 수 있나요?

먹는 약이나 연고, 좌제 등은 치질 증상 자체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불편감이나 출혈을 줄여주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습니다. 아쉽게도 근본적인 치질 치료법은 아직까지 수술이 유일합니다.

만약 먹는 약, 연고, 좌제 등을 통해 치질 증상 개선을 바라고 계신다면 기대감은 접어두시고 하루 빨리 병원에 방문하여 치료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Q. 치질에 대해 알려진 정보들 중 잘못 알려진 정보가 있다면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치질을 오래 앓으면 암이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다만 치질을 오래 앓는 분들의 경우 배변 시 출혈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배변 시 출혈이 보이는 것은 곧 대장직장암과 연결될 수 있단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런 경우 대장직장암을 늦게 발견해 위험성이 더더욱 커질 수 있으므로 치질 환자 분들 중 배변 시 출혈이 보인다면 반드시 대장 검사를 해보셔야 합니다.

Q. 치질을 특별히 주의해야 할 직업이나 연령, 성별이 있을까요?

오래 앉아있는 일을 하시는 분, 식생활이 불규칙하고 배변 습관도 불규칙한 경우 치질이 잘 생길 수 있습니다. 연령은 10대를 제외하곤 전 연령에 고르게 분포하지만 젊을수록 통증을 유발하는 치질이 잘 생기고, 고령으로 갈수록 출혈이나 돌출을 유발하는 치질이 잘 생깁니다. 남,녀 발병률의 차이는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치질 환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으실까요?

부끄러운 부위라 생각하셔서 많은 분들이 치료를 늦게 받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은 치질로 인한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시고, 결국 수술을 받게 되는데요. 수술 후 재발은 실제 1% 이하로 매우 적습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불편하시면 부끄러워 마시고 빨리 진료 받으시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는 게 고생을 최대한 적게 하는 것이 된단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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