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정전기를 겪는다. 양털 양말을 신은 채 카펫 위를 가로지를 때, 스웨터를 벗을 때, 혹은 문손잡이를 돌릴 때 불꽃이 튀는 듯 따끔한 느낌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전기는 겨울이 되면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떻게 본다면 굉장히 이상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정전기, 이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북동부 에번스턴에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 맥코믹 공과대학의 크리스토퍼 미지(Christopher Mizzi)와 그의 연구팀은 지난 9월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저널에 정전기에 관련된 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정전기는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탈레스에 의해 최초로 기록되었다. 그 이후 과학자들은 정전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답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군분투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사물의 두 표면을 문질렀을 때 충격으로 이어지는 원리에 대해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다.

아무리 매끄러워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가까이 확대하면 수많은 나노 크기의 작은 돌출부가 있는 거칠고 울퉁불퉁한 표면을 가지고 있다. 이는 Asperities(표면 조도)라고 불리는데, 미지와 그의 연구팀은 이러한 특징들이 정전기를 유발하는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연구팀은 이러한 물체의 보이지 않은 불완전성을 지구의 표면과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 곳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완벽한 구처럼 매끄럽게 보이지만, 아주 가까이 확대하면 관찰하면 산이나 언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활 속의 물건들 역시 확대하지 않으면 표면이 매끄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울퉁불퉁한 표면을 가진 물건과 정전기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두 물체가 서로 마찰하면 표면의 미세한 작은 돌출부가 구부러지고 변형되면서 정전기를 유발하는 전압을 발생시킨다. 거친 표면이 서로 마찰되어 전자구름을 방해할 때 정전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절연체의 전자는 쉽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문지르면 전자의 구름이 형태를 잃고 구부러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물질들에서, 원자를 둘러싼 전자의 구름은 대칭적이다. 위아래, 좌우를 구분할 수 없다. 그러나 전자구름을 압착하면 그 것은 비대칭적으로 변형된다. 연구팀은 “적절한 상황 아래에서 그러한 새로운 형태는 물체를 가로질러 전압을 불균일하게 분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털 양말을 신고 카펫 위를 걸을 때 발에 가해지는 하중과 걸음걸이로 인해 양말의 섬유가 카펫의 섬유에 마찰한다. 양말과 카펫이 이렇게 서로 마찰하면 한 쪽 표면의 돌기가 반대쪽 표면의 Asperities를 따라 구부러지게 된다. 이 현상이 일어날 때 Asperities를 구성하는 원자의 전주구름은 비대칭 모양으로 변형되어 전압에 아주 작은 차이를 일으킨다.

작지만, 전압의 이러한 변화는 합산된다. 전자구름의 변형이 문손잡이를 만지거나 누군가와 악수를 할 때 그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강력한 정전기를 유발할 만큼 많은 것이다.

연구팀은 정전기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발견을 좀 더 연구한다면 웨어러블 기기 충전을 위한 마찰 발생 전력을 생산하는 직물을 개발하거나 특정 물건 제조 시 정전기 발생으로 화재까지 일어날 수 있는 먼지 입자를 제거하여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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