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에서 발효된 알코올로 음주 검사에서 ‘양성’ 나와

펜실베니아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이 간 이식 수술을 위해 검사를 받았지만 큰 장애물에 부딪혔다. 음주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그녀는 이식 수술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의 보도에 따르면 술을 섭취하지 않았는데도 알코올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이 여성의 방광에 머물러 있던 미생물들이 발효를 통해 알코올을 생성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장의 미생물들이 탄수화물을 알코올로 바꾸는 자동양조장증후군(Auto-brewery syndrome, ABS)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ABS는 장에 존재하는 효모균이 평균보다 많이 증식하면서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체내에서 알코올로 변하는 증상을 보이는 희귀 질환으로, 밥, 빵 등만 섭취해도 술에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당사자는 장이 아닌 방광에서 발효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ABS와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그녀의 경우 알코올이 방광에서 혈류로 전달되지 않아 음주를 한 것처럼 취하지 않았다.

해당 질환은 자동양조장증후군보다 희귀하기 때문에 아직 명칭조차 없었다. 이에 그녀를 검사한 의사들은 ‘요로양조장증후군(Urinary auto-brewery syndrome)’ 혹은 ‘방광발효증후군(Bladder fermentation syndrome)이라 부르는 걸 제안했다.

이 여성은 간경변증을 앓고 있어 간 이식 대기자 명단에 있었고, 이를 위해 피츠버그 대학 의학 센터(UPMC) 장로병원에 입원했다. 설상가상 당뇨병을 가지고 있어 혈당 수치까지 높은 상태였는데, 다른 병원에서는 그녀가 알코올에 대한 양성 반응이 반복해서 나오자 알코올 중독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보았다.

UPMC 장로병원 역시 처음에는 이 여성이 알코올 중독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했지만, 곧 알코올의 두 대사물인 에틸 글루쿠로니드와 에틸 황산염에 대한 검사는 음성인 것을 알아냈다. 이에 UPMC 임상 독성학 연구소의 병리학과 부교수인 타마마 겐이치 박사는 “이런 대사물은 음주 시 며칠 동안 소변에 남아 있어야 했음에도 해당 여성에게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다른 문제를 의심해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여성은 에탄올 혈액검사도 음성이었으며, 전혀 만취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에 타마마는 이 여성에 대해 기록을 살펴봤고 곧 당뇨병으로 소변에 포도당 수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에 그녀의 방광에 증식하는 미생물들이 이 포도당 성분을 알코올로 발효시키는 것은 아닐지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그들은 환자에게서 가져온 신선한 소변의 샘플을 얼음 위에 올려놨다. 그 후 그들은 샘플을 체온과 유사한 온도인 98.6°F(약 37°C)에서 배양했다. 결과적으로 에탄올 생산량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 이에 표본보다 낮은 온도인 39°F(약 4°C)에서 배양하거나 발효를 막기 위한 화학물질을 첨가했을 때는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여성의 방광에서 포도당이 발효되어 알코올로 바뀐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게다가 여성의 소변에서는 칸디다글라브라타 효모가 확인되었는데, 이는 일반적인 미생물 중 일부로, 양조장의 효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연구 결과로 인해 이 여성은 간 이식 수술 대상자로 다시 고려됐다. 또한 연구진은 요로양조장증후군 또는 방광발효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희귀 질환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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