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체격이 크면 성인이 되어서도 평균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의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일까? 답은 ‘NO’이다. 아이의 키나 체격이 평균을 살짝 웃돌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성장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고 2차 성징의 징후까지 확연하게 관찰된다면 성조숙증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성조숙증이란 성호르몬이 이른 시기에 과잉 분비되어 신체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여아의 경우 8세 미만에 가슴 몽우리 혹은 음모가 나오기 시작하고, 남아는 9세 미만에 음모가 나오거나 음경, 고환이 커지게 된다. 이 외에도 머리 기름에 의한 냄새, 좁쌀여드름, 갑작스러운 짜증 등 사춘기에 나타나야 할 증상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언뜻 보면 그저 성장이 남들보다 빠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아이의 성장 단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 신호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방치한다면 훗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특히 키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초기에는 오히려 성장 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또래보다 크지만, 결국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서 최종적으로 평균보다 작아질 위험이 있다. 또 심한 생리통과 생리불순, 정서불안, 성격 장애, 조기 폐경, 암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의 성장판이 모두 닫히기 전에 조속히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1:1 개인 상담 및 검사를 통해 아이가 가진 체질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해주는 치료를 받는다면 성조숙증이 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성조숙증은 머리, 그 중에서도 뇌 쪽으로 열이 많이 집중되었을 때 성호르몬 분비가 더욱 자극되면서 악화될 수 있는데, 이런 불필요한 열을 발산해주고 인체의 음양과 한열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체질별 한약을 처방받는다면 비정상적이었던 성호르몬 분비와 성장 속도가 바르게 조절될 수 있다.

또한 성조숙증은 환경적인 부분도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부모가 적극적인 자세로 아이들을 케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아비만, 환경호르몬 등 성조숙증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문제들에 자녀가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균형 잡힌 식습관이다. 인스턴트식품 등 자극적인 음식은 성조숙증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가급적 아이에게 자주 먹이지 않도록 하고 통곡물, 채소, 과일, 등푸른 생선, 살코기 위주의 육류 등으로 구성된 식단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하루 세끼를 규칙적인 시간에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이가 과도한 학업 스케줄에 얽매여 있거나 컴퓨터·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사용시간이 너무 길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일에 시간을 보내게 하기 보다는 적당량의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는 것이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자.

하우연한의원 윤정선 원장 (대한민국 굿닥터 10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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