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헌혈 줄어 경계 단계까지 도달, 근본적 인식과 제도개선 시급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동안 헌혈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 혈액 비축량이 크게 부족해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혈액 부족량이 누적된다면 수술을 못 받거나 제때 수혈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등 의료계의 혼란도 예상된다. 지난 4월에는 대통령까지 심각성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 초 국내 혈액 보유량은 ‘주의’ 단계인 3일 미만(2.8일분)으로 떨어졌다. 혈액 수급 위기단계는 크게 ‘관심(blue)-주의(yellow)-경계(orange)-심각(red)’ 등으로 구분된다. 혈액보유량을 기준으로 5일 미만일 때 관심, 3일 미만 주의, 2일 미만 경계, 1일 미만 심각 단계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혈액보유량이 경계 단계인 1.9일분까지 떨어질 경우 의료기관에 혈액이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혈액공급의 흐름은 대한적십자사 산하 중앙혈액원과 대한산업보건협회 산하 한마음혈액원 등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각 의료기관에서 요청을 받으면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혈액 보유량이 낮아지면 각 의료기관으로 혈액 공급이 원활치 못하게 되고 응급수술이 발생했을 때 혹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차질을 빗게 된다. 실제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전날 다른 환자의 수술에 혈액을 많이 써서 다음날 환자의 수술이 미뤄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방의 경우 인구 감소 등으로 헌혈자가 줄어든데다가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발생하면 혈액 수급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지난 5월15일 혈액부족에 의한 국가재난문자가 발송됨에 따라 당시 2.6일 분이었던 혈액보유량이 단 이틀 만에 4일분 이상 확보되어 관심단계까지 상승했다. 각 지자체와 기관, 단체, 기업과 개인,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헌혈 캠페인이 확산된 덕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의 혈액이 다량 확보되는 주요 시기는 학생들의 중간고사가 끝나는 시점이다. 상반기에는 5월에 해당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상당수 혈액량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코로나19가 심각단계가 풀리는 시점에 병원에 수술환자가 몰리기 경향이 있어 혈액량이 더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국가 혈액원에서는 군인장병의 헌혈을 통해 혈액량을 늘릴 계획이지만 코로나가19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혈액은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된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최근 헌혈 500회를 맞은 이대목동병원에 근무하는 정기태씨(49세). 헌혈증을 소아환자, 혈액암 환자에게 기증해오고 있다.

한마음혈액원 혈액기획팀 서재만팀장은 “10~20대 젊은 층과 40대 이상 중, 장년층의 헌혈에 대한 인식변화와 참여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 등 지금보다 개선되어야 하고 헌혈에 참여하는 단체나 기관,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헌혈은 대가성을 바라기 보다 남을 돕고 자신도 건강해지는 생활의 일부이자 중요한 실천덕목이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헌혈은 새로운 피를 생성하고 몸에 과도하게 쌓인 철분을 배출하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고 각종 암의 발병률을 낮춰준다. 헌혈증서는 병원에서 수술로 수혈을 받았을 때 제출하면 수혈 비용에 대한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한마음혈액원 헌혈카페에서 한 시민이 헌혈을 하고 있다.

헌혈은 만 16세부터 69세까지, 남자는 50Kg이상 여자는 45Kg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다. 참여는 대한적십자사 헌혈의 집과 한마음혈액원 헌혈 카페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가까운 장소를 찾고 마스크 착용 및 현재 복용중인 약 등 주의사항을 미리 알아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감염은 비말로 옮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헌혈과는 상관없고 철저한 위생과 방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시행한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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