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신경외과 최율 원장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풍요의 계절, 가을이 오면 지친 하루의 끝에 꼭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루 피로를 싹 가시게 해주는 술이다. 유독 답답한 일이 많았던 날엔 시원한 맥주 한 잔 꿀꺽꿀꺽 마시며 힘든 일을 맥주와 함께 넘겨버린다. 또, 유독 쓰디 쓴 하루를 보내고 난 후에는 소주 한 잔에 ‘술이 달다’고 말하며 인생의 쓴 맛을 고독과 함께 애써 삼키곤 한다.

그러고 나면 내일 하루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곤 하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적당한 음주가 이루어졌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한 잔, 두 잔, 그리고 그 이상의 술을 계속해서 마시다보면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그 다음날 두 배로 불어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과도한 음주가 ‘블랙아웃’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명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블랙아웃’이라고 하는데, 이 블랙아웃이 자주 또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로 인해 알코올성 치매가 나타날 수 있는데,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알코올성 치매가 뇌의 퇴행을 유발함으로써 노인성 치매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잦은 블랙아웃을 경험한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알코올성 치매의 주요 증상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억력 장애를 함께 겪을 수 있다. 바로 전날 있었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무슨 장소에 있었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어떠한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일상적인 기억이 삭제되어버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알코올성 치매의 무서운 증상 중 하나가 바로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는 온화했던 성격이 점점 과격한 성격으로 변할 수 있으며, 술을 마신 후에는 유독 더 폭력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 사소한 일 하나에도 불같이 화를 내어 일을 그르친다거나, 파국에 치닫게 되는 것을 경험할 수도 있다.

처음엔 이와 같은 증상들을 다소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이것이 6개월-1년 이상 지속된다면 알코올성 치매라고 진단하는 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추후 크나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은 매우 명확하다. 술. 그렇기에 알코올성 치매 예방을 원한다면 금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과도한 음주로 인해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을 겪을 일도, 그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릴 일도 없을 것이다. 또, 술만 마시면 기어코 튀어나오는 폭력적인 행동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뇌 손상을 방지할 수 있어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 필자도 의사수련을 받고, 모임을 하다보면 원치 않는 술자리에 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을 마시게 되는 때가 많았는데, 한 번 블랙아웃을 경험한 후부터는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술을 멀리하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술을 멀리하고 있으며, 피치 못하게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는 한 잔 정도만 가볍게 마시며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만약 술 마신 후 잦은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이들, 기억력 장애 등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이들이라면 필자와 같이 금주, 또는 절주하기를 권하며, 심한 경우라면 신경외과에 방문해 알코올성 치매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보기를 바란다. 혹시 ‘젊으니까 아직은 괜찮겠지’라며 알코올성 치매에 대한 경계를 늦추는 이들이 있다면, 이는 다소 안일한 태도일 수 있다고 충고하고 싶다. 젊은 나이일 때부터 뇌 손상을 막고, 예방하는 것이 추후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치매’와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꼭 유념에 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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