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교수 귀건강 노트] 아직도 귀 수술하는데 머리카락을 깎나요?
[이동희 교수 귀건강 노트] 아직도 귀 수술하는데 머리카락을 깎나요?
  •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동희 교수
  • 승인 2020.09.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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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동희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동희 교수

우리 사회 어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계에도 소위 “관행”이라는 것이 있다. 관행이란 처음 시작은 누군가에 의하여 어떤 목적과 이유를 갖고 시작했으나 후대 사람들은 그 목적과 이유를 잊은 채 “그냥 과거에 전수받은 대로” 답습하는 것을 말한다. 귀 수술을 하기 전에 피부절개 부위 주변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삭모, 削毛)이 귀 수술 분야의 관행에 해당한다다.

필자가 이비인후과에 발을 들인 것은 25년 전이고, 전문의로서 집도를 시작한 지 어언 18년이 되어간다. 이 오랜 세월 동안 만성중이염환자들에게 고실성형술을 실시 할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의외로 미용에 관한 부분이다. “선생님, 머리카락을 안 자르면 안될까요?”라는 질문을 귀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로부터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머리카락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다시 자라는데, 환자들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귀 수술을 위해 머리카락을 조금 자르는 것에 대해 왜 저리 신경을 쓰는 걸까?” 십여 년 전 필자의 대답은 “네, 잘라야 합니다. 머리카락이 있으면 수술에 방해가 될 뿐 더러 수술 후 창상 감염에도 안 좋은 결과를 줄 수 있어 수술이 실패하거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였다.

그러나 이제는 “네, 머리카락을 안 잘라도 됩니다. 머리카락이 있어도 제가 환자 분을 수술하는데 전혀 방해가 안될 뿐 아니라 수술 후 창상 감염에도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얼마 전 타 대학병원에서 귀 수술을 한 후에 증상이 재발하여 재수술을 해준 어느 남성 환자는 “이전에 수술한 대학병원에서는 귀 수술 하기 전에 삭모를 했는데, 여기서는 왜 머리카락을 안 잘랐나요? 삭모를 안하고 수술해도 되나 봐요?”라고 수술이 끝나고 병실에 회진을 간 필자에게 오히려 반문했다. 짧은 머리의 중년 남성은 수술한 다 다음날 머리카락도 그대로인 상태로 귀 뒤 피부절개 부위에 아무 드레싱도 없이 그냥 집으로 퇴원했다.

과거에는 귀 수술뿐 아니라 대부분의 수술에서 신체의 모발을 깎고 수술을 하곤 했다. 하지만 삭모와 수술 후 창상 감염률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며 오히려 잘못된 방법의 삭모가 수술 후 창상 감염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들이 나오면서 이제는 수술 전 삭모를 않는 것이 의료계의 올바른 관행이 되었다.

물론 머리카락은 다시 자란다. 그렇지만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는 아주 느리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통상 하루 0.3mm다. 즉, 2-3 cm를 자르면 2-3달이 걸린다는 의미다. 흔히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하면 여성 환자들이 더 싫어할 거 같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 보면 반대의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남성들의 경우 잘린 머리카락 부위가 그대로 드러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성형외과 의료진과의 상의를 통해 삭모없이 귀 수술하는 방법을 2016년부터 수술현장에 도입했다. 그 결과 환자들의 만족도는 바로 높아졌다. 그렇게 삭모 없이 귀 수술을 한 지가 벌써 4년이 지났고 그간 수백 명의 환자가 삭모없이 귀 수술을 받았다.

과거에 의사들이 우려했듯 수술하는데는 전혀 방해가 안될 뿐 아니라 수술 후 창상 감염에도 아무 영향이 없었다. 그리고 그간의 본인 경험을 정리하여 2018년, 2020년에 저명한 국내 및 국외 학술지에 그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또 현재 의정부성모병원이비인후과에서 통상적인 외이 및 중이 수술을 할 때 삭모없이 수술을 하고 있으며 수술 후 창상 감염의 합병증 없이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혹시 “아직도 귀 수술하는데 머리카락을 깎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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