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해진 기한도, 정답도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 평생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오다 덜컥 집안에 치매 환자가 생겼을 때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할 뿐이다. 최근 치매 국가 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들을 실질적으로 돌보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수많은 치매 환자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은주 요양보호사는 60여 명의 어르신을 모시는 곳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도서 『당신은 요양보호사가 되면 안 된다(가제)』를 집필하고 있다. 막연히 치매 환자의 거동을 돕고 건강을 살피는 직업이라고 짐작해 온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가슴이 아니라 체력으로 임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요양보호사는 치매 환자를 어떻게 돌보나요? 간병인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흔히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의 업무를 혼동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국가공인자격증을 획득해야 하는 반면, 간병인은 자격증의 유무가 크게 상관이 없다는 차이도 있지만 저는 그보다 환자를 책임지는 범위에도 큰 차이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양보호사가 간병인과 다른 점은 환자의 건강, 안전, 심리상태 등 모든 것을 책임지고 돌본다는 것입니다. 요양보호사의 아침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면서 요양원 어르신들의 밤사이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기저귀를 갈아드릴 때는 단순히 기저귀만 교체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밤사이 다친 곳은 없는지, 염증이 생기거나 불편한 곳은 없는지도 체크합니다. 손톱 깎기, 면도, 목욕은 물론이며, 이‧미용을 도울 때도 있습니다. 인지가 있으신 분들께는 말벗 도우미가 되어드리며, 장기간 누워계신 분들은 특히 구강 청결에 신경을 써 드리고, 자주 체위변경을 해드림으로써 욕창을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Q. 요양보호사는 치매 환자들만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볼 때와 다른 환자들을 돌볼 때의 차이가 어느 정도는 있을 듯한데요.

대답하기 쉬운 듯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 경험에 따르면 치매 증상이 있는 분을 돌볼 때는 무엇보다도 보호자가 그들에게 정서적 지지자가 되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치매 환자가 저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할 때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알리려 하기보다 처음 질문을 받은 것처럼 반응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입니다.

또, 치매 환자들은 날씨, 시간 등 환경적인 요소에 따라 감정이 좌우될 때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해 질 무렵 혼란스러워지고 불안해하는 증상이 심해지는 ‘석양 증후군’을 떠올려보시면 되죠. 낮에는 별 문제 없이 생활하시다가도 밤이 되면서 과민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때 관리가 소홀해지면 화재나 실종 사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저는 과감히 하던 실무를 놓고 환자분과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손을 잡고 산책을 하거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할 때 증세가 완화되는 경우도 실제로 있었고요, 비 오는 날 집에 가시겠다고 짐을 싸고 서성이실 때는 다른 층으로 모시고 가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Q. 치매 환자를 집에서 간호할지, 요양원으로 보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 때문에 가정불화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집에서 간호할지, 요양원에서 보호할지에 대해서는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기가 애매합니다. 다만 저는 앞으로 치매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본에는 요양원으로 가고 싶지 않은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원이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치매로 시설에 들어가서 살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내 자신의 고유한 공간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기에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 이런 모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기만 합니다.

이는 행동 증상이 심해 다른 시설에서 받아주지 않는 치매 환자의 가족들에게도 아주 반가운 소식입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일본은 현재 노인환자 가운데 간병인이 필요한 가구가 전체의 50%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간병인을 늘리려고 해도 재정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나라도 곧 일본의 현실과 같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요양원에서 모시고 안 모시고를 떠나서 치매는 각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보고, 마을 자체를 시스템화하여 노인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입니다. 과거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움직였듯, 앞으로는 노인 한분을 보호하는데 마을 전체가 움직일 수 있도록 사고를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요.
 

Q. 치매 환자를 대할 때 ‘이것만은 지키자’라고 강조하고 싶으신 것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선 제가 처음 요양보호사 실습을 나갔을 때 일을 들려드릴게요. 휠체어를 타고 끊임없이 배회하면서 물건을 쓰러뜨리는 어르신을 보고 저는 그 행동을 멈추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휠체어를 못 움직이게 잠근 채 붙잡고 있었어요. 그때 선배 요양보호사께서 저에게 “못 움직이게 하는 것도 학대에 속하는 거예요. 자유롭게 움직이시도록 두시고 보호하는 게 우리들의 일이죠.”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옳다고 판단한 것을 치매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도 일종의 학대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위험해 보인다고 해서 배회하시는 분을 억제하거나 묶어두지 않길 바랍니다. 물론 요양보호사 혼자서 여러 명의 식사 수발을 할 때 피치 못하게 휠체어에서 못 일어나시게 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방법입니다.

또 치매 환자의 보호자는 같은 질문을 천 번 들으면 천 번 대답해드릴 수 있도록 정신적인 무장을 해야 합니다. 동시에 주변에 치매를 앓고 계시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치매 환자를 가진 가족은 일상생활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혼자 짊어지려고 애쓰지 말고 낮 동안 보호해드리는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시거나 동사무소에 가셔서 복지사의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게 우선입니다.
 

Q. 지금까지 치매 환자들을 돌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르신들을 ‘뮤즈’와 ‘제우스’라고 부릅니다. 삶의 전쟁터에서 혼신을 다하여 살아낸 분들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환자들을 거쳐 왔지만, 지금 당장은 요양보호사가 되어 처음으로 임종을 지켜본 분이 떠오릅니다. 그분의 임종 이후에 쓴 메모를 살펴보면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뮤즈98의 룸메이트는 지금은 하늘나라에 간 줄리에트 비노슈 뮤즈. 그녀가 소파에서 낮잠을 자면 나는 무릎담요를 덮어드린다. 그녀의 잠든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가 모두 잠든 밤에 스케치를 하기도 했다. 굽실굽실한 반백의 머리카락, 넓은 이마, 창백한 뺨, 얇은 입술, 단정한 턱. 그녀의 일생이 어땠는지 나는 모른다. 단지 밤이면 배회하는 치매를 앓고,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드시는 식탐이 많은 현재의 뮤즈만 알 뿐.

그녀가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났다는 걸 처음 발견한 사람이 나여서 다행이었다. 숨을 거두기 전날 그녀는 내게 말했다. “고마워”라고. 무엇이 어떻게 고마운지 묻지도, 답해줄 수도 없는 그녀.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보면서, 그녀의 눈을 감겨주면서 “아무 걱정 마세요. 자식 걱정도 말고, 돈 걱정도 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걱정하지 마세요. 편히 쉬세요.” 라고 속삭였다.
 

Q. 최근 치매 국가책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치매 환자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이 제도가 나가갈 방향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면?

국가 차원에서 요양병원을 증설하여 관리‧감독하는 치매국가책임제도 물론 장점이 많은 제도입니다. 그러나 치매 노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면 저는 유아휴직처럼 자식이 부모 치매 돌봄을 위해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최대 1년 기한으로 6개월씩 두 번 연장 가능하며 자녀와 사위, 며느리에 한해 신청하도록 하면 온 가족이 두루두루 보호에 참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자식이 부모 돌봄을 할 경우에도 1일 1식 도시락 배달 제도를 이용하여 치매노인의 영양을 돕고, 동 단위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이외의 인력을 동원하여 단순히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차원이 아닌, 가정 내 치매 돌봄으로 인한 고립감 내지는 상실감을 케어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직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무조건 요양원에 모시기보다, 그들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마을 단위의 공동체 돌봄 서비스를 도입하여 노노케어(老老Care)를 실시한다면 정년 이후의 노인들에게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까요?
 

Q. 요양보호사로서 가정에 치매 환자를 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얼마 전 NGO 단체에서 기획한 ‘부모 교육’ 강의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아를 위해 부모 교육을 받는 것처럼 부모를 잘 모시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겠다고요.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면서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식들이 부모를 버린 듯한 죄책감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숱하게 봐 왔습니다.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부모와 자식 모두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 건강한 이별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도 부모를 잘 모시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자녀분들께는 소소한 팁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자녀분들이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기 위해 요양원을 찾아오시고는 할 일이 없어 금방 일어서곤 하는데요, 저는 그 시간에 많은 스킨십을 나눌 것을 권합니다. 즐겨 드시는 간식을 함께 먹고 손발톱을 깎아드리거나 머리를 빗겨드리고, 한 번쯤 옷도 갈아입혀 드리며 전체적인 건강을 살피는 과정에서 부모님은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유대감, 자녀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헬스인뉴스> 독자들이 참고할만한 치매 관련 서적을 소개해주세요.

치매 환자를 직접 돌본 수기로는 알츠하이머 치매 아버지를 돌보며 쓴 십 년의 간병 일기인 <아버지, 롱 굿바이(모리타 류지)>,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손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가족들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린 <아카리 씨, 어디 가세요?(곤도 나오코)>, 치매환자가 지내기에 알맞은 실내 환경이 어떠한 것인지 소개한 <치매케어 주거환경 사전(일본건축학회)> 등이 있고, 그 밖에 추천할만한 관련 도서로는 <치매, 그것이 알고 싶다(양영순)>,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가노코 히로후미)>, <일흔 넘은 부모를 보살피는 72가지 방법(오타사 에코)>,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전성실)>을 권하고 싶습니다.

* 老老Care : 노인이 노인을 케어한다는 의미로, 건강한 노인이 독거노인, 거동불편노인, 경증치매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또래 노인을 방문해 일상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말벗, 생활 안전점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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