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에게 물린 것 같은 모양의 피부발진이 나타난다고 해서 유래된 루푸스(Lupus) 질환. 이 질환은 자가 항원에 대한 자가 항체가 반응하여 전신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즉, 같은 편이 같은 편을 공격하며 신장, 혈구, 중추신경계 등에 손상을 입히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부뿐만 아니라 폐, 관절, 신장, 신경 등 전신에서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에 해당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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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백인에게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최근 연구에서 아시아인에게 많이 발병한다고 밝혀졌다. 특히 여성에게 그러하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9년 26,556명이었고 이 중 약 87%에 해당하는 22,991명은 여성이었다. 이것은 남성보다 6.4배 높은 수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 제공, 전체발생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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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 제공, 여성연령층발생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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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재현 교수는 “질병의 발병 기인은 X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CD40)로 추정되는데 여성은 X염색체를 두 개 가지고 있어서 남성보다 발병과 중증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본다. 면역력이 과도하게 높아져서 오히려 해가 되는 질병이므로 항말라리아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질병 활성도 및 어떠한 장기에 침범했느냐에 따라 약물치료의 종류나 강도는 달라지기 때문에 장기 손상, 치료제 부작용 등을 고려한 환자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생 부위와 증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각하기 쉽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석찬 교수는 “전신증상(열, 무력감, 피곤함), 피부 발진(나비/원반모양), 광과민성, 구강궤양, 탈모, 레이노드현상(손끝, 발끝에 확연한 색깔의 변화), 관절염(손목, 발목), 부종 등의 몇 가지 증상이 동반된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 충남대병원 심승철 교수. 고대안산병원 정재현 교수
(왼쪽부터) 충남대병원 심승철 교수. 고대안산병원 정재현 교수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불명인 질환인데다가 30~50대 여성에게 잘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으나 치료에 대한 희소식도 있다. 충남대병원 류마티스 센터장 심승철 교수(대한루푸스연구회장)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에게서 잘 발병하며 여성호르몬의 영향도 크다. 여성호르몬 면역세포인 림프구의 활성화가 자가면역 반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초경이 빠를수록, 경구용 피임약이나 폐경 후 호르몬 대체요법 사용횟수가 증가할수록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심교수는 “올해 2월부터 루푸스 치료제로 미국 FDA 허가를 받은 벤리스타(Benlysta)가 국내에 보급되어 보험급여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정보를 제공했다. 벤리스타는 루푸스 발병기 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림프구를 억제하는 약제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팀과 경희대 생물학과 김광우 교수팀은 동아시아인(한국인 포함) 대상 대단위 유전역학 연구에서 루푸스 질환 발병과 연관된 46개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변이가 존재하는 46개의 새로운 유전자를 포함해 총 113개 유전자를 발견했다. 전 세계 의료계에서는 향후 루푸스 발병 예측 및 예방에 활용, 루푸스 정밀의학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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