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가을, 온 가족이 모여 일 년에 두 번 챙겨 먹는 것이 있다. 바로 기생충을 박멸하는 구충제. 1970년대만 해도 기생충에 감염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사회였다. 그러나 위생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보건수준이 향상되면서 기생충 감염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인간에게 감염되는 기생충으로는 채소에 붙어서 고열, 호흡이상을 부르는 회충, 항문을 가렵게 만들며 유아에게 자주 감염되는 요충, 흙으로 감염돼 빈혈을 유발하는 십이지장충, 편충, 간과 폐에 사는 디스토마, 그리고 몸 바깥에 사는 벼룩, 빈대, 이 등이 있다.

요즈음은 기생충이란 ‘못 살던 옛날에나 감염되던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생충 감염률은 여전히 약 2%를 전후를 차지해 국가에서는 구충제 챙겨 먹기를 권하고 있다. 기생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생충은 강한 위산이나 소화효소로부터 보호막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기생충은 숙주에게 의존해 숙주가 먹는 음식의 영양분을 섭취하며 살게 된다. 기생충 중에 숙주와 공생하거나 직접적으로 폐를 끼치지 않는 것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보통 인간에게 감염되는 기생충의 경우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해충이다.

구충제 복용은 이러한 기생충의 대사 작용을 방해해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영양분을 빼앗지 못하도록 굶겨 죽이는 효과가 있다. 굶어 죽어가는 기생충은 보호막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소화효소에 녹아 사라지거나 몸 밖으로 배출된다.

구충제 복용방법 중 일정 기간 후 한 번 더 복용하라고 하는 것은 죽은 기생충이 남긴 유충까지 모두 박멸하기 위함이다. 가족들과 함께 복용하기를 권하는 것은 내 몸에선 박멸했어도 같이 사는 사람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면 생활환경을 공유하면서 다시 감염될 수 있기 때문.

일반 구충제를 먹어서는 해결되지 않는 기생충도 존재한다. 강이나 하천의 민물생선을 날로 먹거나 민물생선 조리도구를 썼을 때 감염될 수 있는 간디스토마가 한 예. 간디스토마는 담관에 자리 잡고 복통과 발열, 설사와 황달 증상을 부를 뿐 아니라, 간암과 단관암 등의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기생충에 맞는 약을 따로 처방받아야 한다. 일상에서는 생선, 생고기, 간과 같은 장기는 불에 꼭 익혀 먹어야 한다. 데울 수가 없는 회의 경우 영하 20도 이하의 온도에서 하루 정도 냉동시킨 뒤 먹는 것이 좋다. 또 외출 전후 흐르는 물에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기생충 감염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