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도 걸리는 ‘부정맥’…30~40대 유전성 부정맥 발병 높아
맥박, 1분 60~100회 정상···빨라도·느려도·불규칙해도 의심신호
스트레스·카페인도 두근거림 유발···운동 중 가슴통증, 무시 말아야
생활습관 교정 후 계속되는 가슴 두근거림은 '전문의 진료' 필요

일산백병원 제공
일산백병원 제공

아르헨티나 출신 스트라이커 세르히오 아궤로(33)가 건강 문제로 현역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아궤로는 최근 소속팀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은퇴를 발표했다. 은퇴 사유는 심장 부정맥 때문.

이에 앞서 2000년도 한국 프로야구 임수혁 선수도 30세 나이로 경기 중 쓰러져 9년 투병 끝에 사망했다. 원인은 부정맥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1년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의 신영록 선수 역시 부정맥에 의한 급성심장마비로 경기 도중 갑자기 쓰러져 투병 생황을 했다.

흔치 않지만 젊고 건강한 운동선수도 이들처럼 경기 중에 심정지가 발생한다. 기저 심질환을 모르고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한 게 원인이다. 심장 돌연사는 움직이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스포츠에서 더 흔하다. 농구와 축구가 대표적이다.  

국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급성 심장사의 원인 중 15%가량이 유전성 부정맥으로 나타났다. 30~40대에서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유전성 부정맥은 심장세포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평소 증상이 없다가 운동이나 격렬한 활동을 할 때 위험하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이 생겨, 부정맥 발병한다.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뇌에 혈액 공급을 못 해 1분 안에 실신할 가능성이 높다. 신속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평소 안정된 상태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으면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 조기발견도 쉽지 않다. 운동 중 흉통이나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운동을 멈추고 운동부하심전도 같은 정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일산백병원 심장혈관센터 남궁준 센터장
일산백병원 심장혈관센터 남궁준 센터장

일산백병원 심장혈관센터 남궁준 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운동선수는 신체검사를 통해 기저 심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명에 위험한 부정맥이 확인되면 치료 후 운동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격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맥이란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뛸 때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맥박이 빨라도, 느려도, 불규칙해도 '부정맥' 의심 신호다. 보통 맥박이 1분에 60~100회면 정상, 50회 이하로 떨어지면 '서맥성부정맥', 100회 이상 빨리 뛰면 '빈맥성부정맥'으로 본다. 서맥과 빈맥이 함께 나타나는 빈맥서맥 증후군에서 빈맥의 대표적인 것이 '심방세동'이다.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뇌졸중, 심부전, 인지장애 위험이 더 크다. 심방세동에 의해 생긴 뇌졸중은 경색 범위가 커 후유장해가 더 심하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파르르' 떨리면서 혈전이 잘 생겨 뇌경색과 말초동맥폐색을 유발한다.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 두근거림과 가슴 압박·통증, 현기증, 실신, 심지어 돌연사도 발생한다. 보통 10대에서 30대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발병 위험이 높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 40대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느낌을 주는 '심실조기수축'이 잘 생긴다. 50대는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이 상대적으로 많다.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다양하다. 서맥성 부정맥은 인공심박동기 삽입이 필요하다. 빈맥성부정맥은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관리가 가능하다. 약물에도 반응이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 같은 시술이 필요하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은 부전도로전극도자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 후 항응고제 복용이 필요하다. 심방과 심실빈맥, 심방세동 등의 빈맥도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로 효과적으로 치료되고 완치도 가능하다.

남궁준 센터장은 "부정맥 중에서도 심방세동은 심방에서 혈류의 정체로 인한 혈전이 형성돼 뇌동맥폐색을 유발해 정상인에 비해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5배 이상 높다"며 "위험인자는 심부전이나 고혈압, 65세 이상 고령, 당뇨병, 뇌경색병력, 심근경색증 병력, 말초동맥질환 등이 있기 때문에 부정맥 예방을 위해선 고혈압, 당뇨병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맥 진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가슴 두근거림 증상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카페인을 많이 섭취했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가슴 두근거림 증상은 일시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생활습관에 변화를 주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생활습관 교정에도 불구하고 생전에 느껴보지 못한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심전도 검사다. 보통은 누워서 10초 동안의 리듬을 측정한다. 대부분의 심전도 검사에서 부정맥 증상이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땐 24시간 동안 심전도 검사를 하는 홀터(Holter) 모니터 검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발요인을 최소화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술과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술, 커피,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정맥 증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궁준 센터장은 "본인의 맥박을 측정해 보는 것도 부정맥 조기진단에 중요할 수 있다"며 "요골동맥(팔 또는 목)에 손을 올리고 1분에 몇 회 뛰는지를 측정해 보고, 지속해 비정상적인 맥박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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