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질환을 겪고 전발치 수술로 건강을 찾은  고양이 ‘연호’(6세 여아) 제공 : 마이펫플러스
구강질환을 겪고 전발치 수술로 건강을 찾은 고양이 ‘연호’(6세 여아) 제공 : 마이펫플러스

고양이는 냄새가 적은 동물이다. 자신의 몸을 일명 그루밍(grooming)이라는 혀로 핥아 정리하는 습관으로 체취를 지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다른 냄새 때문에 집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입냄새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보호자 중에서는 고양이의 입냄새가 생각보다 심해 놀랐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건강하고 원래 입냄새가 나는 고양이라면 섭취하는 식품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습식사료를 섭취하는 경우 건사료에 비해 치아와 혓바닥 사이에 찌꺼기가 남아 냄새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사료를 먹던 고양이가 어느날 갑자기 입냄새를 풍긴다면, 건강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질병의 신호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입냄새 원인의 90%는 구강질환이다. 미국 수의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살 이상 고양이의 80%에서 구강질환이 발견됐다. 고양이는 충치가 잘 생기지는 않지만 사료 찌꺼기 등이 치아 사이에 남아 치석이 쌓이기 쉽다. 이렇게 쌓인 치석은 구내염, 치주염 등 구강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치다. 일주일에 최소 4번 이상 양치가 권장된다. 또 치석 방지용 간식이나 사료를 급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양치를 하는데도 입냄새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구강질환이 시작된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고양이 구강 이상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고양이 치아색과 치아와 잇몸 사이 경계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치아가 누렇게 변한 경우 △치아와 잇몸 경계가 붉고 출혈이 보이는 경우 △사료를 잘 먹지 않는 경우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는 경우 △잇몸 일부가 붓거나 고름이 찬 경우 등에는 치주질환일 확률이 높으니 반드시 동물병원에 가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잇몸에만 영향이 있는 치은염의 경우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치석제거)과 약물로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스케일링에 전신마취가 필요하므로 기조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고양이는 주의가 필요하다.

염증이 치아 주변에 번지는 치주염으로 발전하면, 스케일링으로 개선이 어렵다. 치주염으로 치아가 빠지고, 혈관에 세균이 침투해 다른 기관의 손상을 부르는 등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또 양치나 치석 여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고양이 치아흡수병변 등의 경우에도 스케일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발치를 고려해야 한다. 잇몸을 절개해 문제가 되는 치아를 뽑아내는 것이다. 뿌리가 남아있을 시 지속적으로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아 전체를 발치하는 전발치 수술이 흔하다.

구강질환이 없고 양치를 잘 하는데도 드물게 다른 질환으로 인해 고양이 입냄새가 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부전 등 신장질환이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몸 안의 노폐물이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해 입 등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날 수 있다. 거대결장증 등 대장 질환의 경우도 장 기능이 떨어져 입 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다. 당뇨병의 경우에는 입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반려동물 의료 IT커머스 마이펫플러스 이준영 대표는 “고양이는 아픈 것을 티내지 않는 동물이라 보호자가 건강 이상 신호를 잘 발견해야 한다”며 “고양이 입냄새는 건강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시그널인 만큼 방치하지 말고 이상을 느꼈을 때 수의사와 상담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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