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과대학 수의사 국가시험 준비위원장(국고장) 남성 선발 관례 깨야” ... 낮은 지원금에 선출 기피하기도

수의미래연구소  '국고장 성별 제한 폐지' 설문조사 그래프
수의미래연구소 '국고장 성별 제한 폐지' 설문조사 그래프

지난 17일, 수의미래연구소(수미연)는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각 수의과대학 국가시험준비위원장(국고장)의 성별 제한을 공식적으로 폐지해야하며, 오로지 능력에 의한 각 대학의 국고장 선출 및 선발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재 국고장들이 과거에서 이어져온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합의를 거쳐 대외적인 선언과 함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고 주장하였다.

수의과대학은 전국에 10개가 존재하는데 수의예과(예과)에서 수의학과(본과)로 진급하면서 학년 별로 국고장을 뽑게 된다. 그리고 학년 별 국고장들의 모임이 존재하고 본과 4학년은 해당 수의과대학의 대표 국고장 역할을 수행하며 전국 10개 수의대의 대표 국고장이 모여 당해의 국가시험에 대한 대응과 준비에 있어 협력하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의나 협업 등을 위해 숙박을 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럴 경우 성별이 다르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수십년 째 국고장은 보통 남성이 맡아왔다.

수미연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이제는 바꿔야 한다.”를 선택하였으며 상세 결과를 분석해 보았을 때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된 결과를 아니라고 밝혔다. 수의대생 남성 A씨의 경우는 주관식 응답을 통해 “남성에게만 국고장이라는 봉사와 책임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였으며 수의사 여성 B씨의 경우는 “여성 중에서도 본인이 의지가 있고 능력이 있다면 적절한 절차를 거쳐 국고장을 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전직 국고장 이성주(전북대) 수의사는 “국고장이라는 자리는 성별을 떠나 적게는 동기들, 많게는 모든 수험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다. 지금까지는 일의 편의를 위해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왔지만, 숙박 등 현실적인 문제만 서로 잘 해결된다면 책임감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전직 국고장 정경현(전남대) 수의사는 “더 늦기 전에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윗 학번의 국고장과 친하다는 이유로 선배가 지정하는 것이 아닌,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미연은 국고장의 성별 제한 문제 뿐 아니라 국고장들의 처우 개선 또한 촉구 했다. 다른 6년제 대학들(의대, 치대, 한의대 등)에도 국고장이 존재하는데 그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국고장의 업무추진비(회의 등의 교통비나 숙박비, 식비 등으로 활용되는 비용, 수의과대학 국고장은 평균적으로 월 30만원)나 혜택이 다른 대학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수의과대학들에서 국고장을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 수미연의 주장이다. 국고장으로서의 혜택이나 복지가 좋아져야 보다 능력있는 학생이 국고장을 맡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전반적인 수의사 국가시험의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수미연의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수의사 국가시험 개념서 통합도 함께 주장하였다. 수미연는 현재 10개 수의과대학이 ‘개념서’라는 것을 각각 만들어 국가시험 준비에 참고하고 있다고 밝히며, 10개 대학이 과목을 나눠서 공통의 개념서를 제작하여 모든 수의과대학이 해당 개념서로 수의사 국가시험을 대비하고 그것을 해당 과목 교수님들에게도 검수를 받는다면 수의사 국가시험의 패러다임이 한층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의대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법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김세홍 수의미래연구소 정책이사는 “수의대생들은 국가시험을 치러보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시험을 경험해본 수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해줌으로써 수의사 국가시험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수의사 국가시험를 준비하는 환경과 제도의 안착은 결국 보다 좋은 수의사를 배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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