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로한의원 영등포점 서희연 원장
미소로한의원 영등포점 서희연 원장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약한 부위를 가지고 있다. 후천적으로 약해지기도 하나, 어느 정도는 타고난 부분도 있다. 타고나기를 소화기가 약하게 타고날 수도 있고, 호흡기가 약하게 타고날 수도 있으며, 스트레스 민감도, 우울성향까지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 어릴 때부터 태열, 아토피가 있거나, 두드러기가 있었다면 피부 쪽이 예민하고 약하게 타고났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의 경우 일생을 살면서 습진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사실, 습진은 인구의 최소 10%이상에서 한번쯤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왜냐하면 습진은 피부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개념으로, 아토피피부염, 한포진, 주부습진, 유두습진, 사타구니습진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많은 질환이 습진에 속하기 때문이다. 습진은 외부 인자에 의해 잠깐 이환되었다가 지나가는 습진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내부 인자에 의해 피부로 염증이 드러나게 되며 만성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피부는 최전방에 배치되어 있는 방어기관이다. 습진의 증상인 부종, 홍반, 가려움 등은 방어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면역반응으로 나타나게 된다. 외부요인으로 인한 습진인 경우, 외부 요인의 방어하기 위한 면역반응이 끝나고 나면 이후 피부는 더이상 면역반응을 할 이유가 없어지므로 비교적 쉽게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습진은 내부 요인으로 인해 발현되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타고나기를 피부가 예민하고 약하게 타고난 경우, 신체 상태가 틀어졌을 때 피부로 문제가 발현되는데, 이런 경우 피부만 주목해서 치료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몸의 균형을 흐트러뜨리는 내외부적 요인을 찾고,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부분을 찾아서 해결을 해야, 더이상 피부에서 과잉방어반응을 하지 않고, 피부 면역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내 피부에 오돌토돌하게 무언가 올라오기도 하고, 그것들이 융합되어 빨개지기도 하고, 가렵고, 붓기도 하는 피부 병변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습진이 내 피부에 생기면 어떨까? 그 때 일반적으로 쉽게 찾는 것이 연고일 것이다. 피부에 병변이 생겼으니, 치료를 위해 발라 줘야할 것 같다. 외부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습진에는 연고를 도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려움이 해결되고 붉어졌던 피부가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내부 요인으로 인해 습진 병변이 나타났다면 더 신중하게 접근하여 치료해야 한다. 연고는 보통 스테로이드제제를 말한다. 스테로이드제는 약리상 면역반응을 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로 인해 피부 면역계는 더욱 혼란을 겪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좋은 접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연고를 바를 때만 호전되고, 바르지 않는다면 다시 병변이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 병변이 확대되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피부 면역이 많이 깨지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주의해야 하며, 반드시 습진 병변을 일으킨 내부 요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피부 면역을 다시 정상화 시키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발생 후 3개월이 지나도록 호전악화를 반복하며 낫지 않고 있다면, 피부 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신체 전체를 살펴 몸이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치료를 도와 내 몸이 스스로 피부 면역을 회복하고, 스스로 습진 병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균형을 바로잡고, 기능을 회복하여, 스스로 피부 병변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주고 궁극적으로 이겨내는 경험을 하는 것, 이것이 한의학에서 만성 습진을 치료할 때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생각이다.

습진과 같은 피부 병변은 가려움 등의 증상으로 힘든 부분과 더불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고 빨리 치료되었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습진이 만성화된 상태라면 이를 한번에, 빠르게 해결해 주는 특효약은 없다. 그래서 치료에 있어 길을 잃고 수개월, 수년동안 고생하면서 해메면서 병변을 방치하고, 키우기도 한다. 만성화된 습진은 습진이란 병명은 같아도 개인별로 각기 다른 요인이 있다. 그 부분을 찾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신체가 건강해지는 것과 더불어 스스로의 힘으로 습진을 이겨내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글 : 미소로한의원 서희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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