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보상 등 급여 책정 낮아 상위 빈도 10개 중 9개 수술이 적자... 정형외과학회, “비급여시술로 적자 벌충하는 의료시장 왜곡, 환자에게 피해”

22일 열리 대한정형외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운영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2일 열리 대한정형외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운영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정형외과가 고령화로 진료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대학병원에서는 정형외과를 축소하고 있다. 높은 원가 등에도 수가가 낮게 책정돼 수술 할수록 되로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이대로는 전문인력 양성에도 차질이 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정형외과학회가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5년간 주요 정형외과 질환의 발병 추이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는 정형외과의 급여 문제점도 논의됐다.

정형외과는 안과 등과 더불어 가장 높은 수익을 내는 진료과로 꼽힌다. 하지만 학회는 “가장 많이 시행하는 10개 정형외과 수술 중 척추고정술을 제외한 9개는 모두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 중 수익이 가장 낮은 사지체내고정용 금속제거술의 경우는 손해율이 159%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외과 수술 원가 분석정형외과 상위 10대 수술수가 수익성
​정형외과 수술 원가 분석정형외과 상위 10대 수술수가 수익성

한승범 대한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장은 “수익이 높은 과로 알려져 있으나 전체 정형외과 수술행위료의 절반이 손실”이라며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병원에서 조차도 수익을 못내는 과로 지탄 받으며 투자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는 진료 장비 도입이나 교수 충원 등이 이뤄지지 않아 새로운 전문인력 양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로 학회는 지나치게 낮게 측정된 급여수가, 특히 열악한 원가보상율을 지적했다. 진료와 수술 등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도구, 물리치료사 등의 인력을 원가로 상정하고 이를 급여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정형외과의 경우 원가 비중이 50~60%로 매우 높은 편인데, 이에 대한 가격 책정이 지나치게 낮게 이뤄져 수익이 발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수술을 2회 이상 시행할 경우에도 동일한 수술로 산정해 수가가 70% 혹은 50%로 차감 지급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위원장은 “이 같은 이유로 병원 등에서 비급여 시술로 비용을 충당하게 되는 등 의료 구조가 왜곡되, 결국 환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이에 보건복지부에 120개 행위에 대한 급여기준 개선안을 제안했으나, 이중 69개는 현행유지, 나머지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수술 원가 분석
정형외과 수술 원가 분석

현 질병 분류 체계에서 근골격계 질환 및 외상에 대해 중증도가 낮게 적용된 점도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입지를 좁게 만드는 원인이다.

현행 체계에서 높은 중증도 진료 행위는 ‘전문치료질병군’으로 분류되는데, 상급종합병원은 진료행위의 60% 이상, 종합병원 80% 이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형외과 시술에서 전문치료질병군으로 인정된 행위는 33개에 불과하다. 비율을 맞춰야하는 대학병원에서는 상대적으로 정형외과 시술의 우선순위를 미룰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승범 위원장은 “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환자들을 하염없이 대기하게 돼고, 이를 못견디는 환자들은 복잡한 수술임에도 상대적으로 시설이 미비한 작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령화로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와중에, 환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정형외과 수술 수가 및 급여 기준의 현실화 △동시수술 수가 100% 인정 △수술에 사용되는 산정불가 치료재료 실가격 보상 △내과적 질환이 동반된 80세 이상 고령환자 치료를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지정 등이 정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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