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자생한방병원 김창연 병원장
대전자생한방병원 김창연 병원장

온돌을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은 가급적 여름에도 아주 찬 곳에서 잠을 자는 것을 꺼렸다. 차가운 곳에서 잠을 자면 찬 기운이 몸에 스며 탈이나는, 이른바 ‘풍’을 맞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눈과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구안와사’다. 오늘날 말로 푼다면 ‘안면신경마비’이다.

안면신경마비는 과거보다 현재에 더 자주 발생한다. 현대인의 숙명처럼 여겨지는 스트레스는 면역력에 악영향을 미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취약성을 높여 다양한 질환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계에 따르면 의외로 찬바람이 부는 겨울만큼이나 한 여름에도 안면신경마비가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2~2018년 발생한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1~2월에 각 6만4500명과 6만명이었으며, 7~8월에는 각 5만8000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여름철 체력저하 및 실내외 온도차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한쪽 근육이 마비돼 얼굴 모양이 비뚤어진다. 이로 인해 식사를 할 때 음식물이 입 밖으로 흐르거나 눈이 잘 감기지 않아 세수할 때 눈에 비눗물이 들어가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보통 안면신경마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중추성 안면마비와 말초성 안면마비가 이에 해당된다. 중추성 안면마비는 뇌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반면 말초성 안면마비는 안면신경 자체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다.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지만 세부 증상에 차이점이 있어 이를 알아두면 질환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마에 있는 주름을 살펴보는 것이다. 중추성 안면마비의 경우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지만 안면 신경이 손상된 말초성 안면마비는 이마에 신경이 전달되지 않아 이마에 주름을 잡기 어렵다.

안면신경마비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표정을 지을 때 의도하지 않은 쪽의 근육도 함께 움직이는 연합운동이나 경련, 미각 소실과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얼굴인 만큼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큰 불편을 야기할 수 있어 제때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안면신경마비 치료를 위해 안면부 추나요법(SJS 무저항요법), 침·약침치료, 한약처방 등을 포함한 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예를 들어 자생한방병원의 경우 독자적으로 개발한 안면부 추나요법으로 비뚤어진 안면 근육을 부드럽게 밀고 당기며 바르게 교정한 후, 침치료를 통해 손상된 안면 신경과 근육을 자극하고 기능 회복을 돕는다. 특히 침에 한약재 유효성분을 더한 약침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후유증과 합병을 예방하기 위해 ‘와사해표탕’ 등의 한약 처방이 병행될 수 있다.

실제로 안면신경마비에 대한 한약 처방의 효과는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Inflammation Research'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한방에서 안면신경마비에 처방하는 주요 한약재인 '택란' 추출물이 신경재생 인자를 활성화시켜 신경 손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와 함께 환자 스스로 꾸준하게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회복을 위한 안면운동으로는 휘파람 불기, 빨대 사용하기 등이 있다. 안면운동을 할 때는 얼굴 근육에 억지로 힘을 주기보다 손을 이용해 원하는 표정이 만들어지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다.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은 주변 사람의 시선과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면신경마비의 원인은 스트레스에 있는 만큼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유증이 남더라도 시간을 들여 꾸준히 치료하면 거의 완치가 가능하므로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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