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빛정신건강의학과의원 허정윤 원장
삼성빛정신건강의학과의원 허정윤 원장

의외로 우울증은 쉽게 걸릴 수 있어 단순히 마음의 감기 정도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울증은 생각보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긴 호흡으로 접근 하는 것이 필요한 질환이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걱정으로 불충분한 용량이나 기간 동안 치료를 하게 되면 우울증 치료가 지연되거나 재발이 반복 되면서 증상 개선에 어려움이 따르는 중증 우울증이나 난치성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의욕 저하와 우울감이 지속되면서 마음과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 우울증 환자들이 급증했는데, 그 중에서도 직장 생활을 하는 20~40대 여성 직장인들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25~29대 여성 우울증 환자가 60,288명으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따른 코로나 블루,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과도한 업무, 적응 장애, 번아웃증후군 등 직장인들을 우울증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우울증을 인식하지 못해 방치하거나, 치료를 해도 약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중증·난치성 우울증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면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내 우울증 환자들 중에서 치료가 힘든 중증·난치성 우울증 환자의 비율은 약 30% 정도다. 3명 중 1명이 우울증 약물치료에 저항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증·난치성 우울증은 2종류 이상의 경구용 항우울제로 충분한 기간 동안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진단된다. 일반적인 치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기에 치료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최근에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 효과를 보이는 약물과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스프라바토 나잘 스프레이, 경두개자기자극술(TMS) 등이 있다.

이와 동시에 중증·난치성 우울증은 조울증, 성인ADHD 등과 같은 기타 질환에 대한 감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감별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불충분한 치료로 인해 치료 반응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의 줄임말로 집중,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만성질환이다. 어릴 때 발생하는 선천적인 질환이지만, 제대로 치료되지 않거나, 발견하지 못해 성인기까지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를 성인ADHD라고 한다. 성인ADHD는 소아기 때와 달리 과잉행동, 충동성 보다는 부주의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성격이나 습관으로 치부되면서 지나치기 쉬워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ADHD 증상이 지속될 경우 자존감이 낮아지고 부정적 평가가 반복되면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 하다.

또한 정신과 약물 치료 효과는 최소 1~2주가 걸리고 증상의 완치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유지 치료기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우울증을 무조건 가벼운 마음의 감기라 여기기보다는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길 권하고 싶다.

(글 : 삼성빛정신건강의학과의원 허정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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