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
서울 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치질 환자는 총 64만 명에 달한다. 그중 40대가 25% 정도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 50대, 30대 순으로 빈번하게 나타났다. 치질은 통증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항문에 생기는 병이다 보니 말하지 못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질은 한 번 발생하면 재발이 쉽기 때문에 증상을 보일 때 빨리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항문 주위에 발생하는 농양 등 항문 질환 전체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치질은 치핵으로 항문질환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치핵은 커진 항문 조직이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크게 외치핵과 내치핵으로 나뉜다. 치상선을 중심으로 위쪽 피부 조직에 발생한 것이 내치핵, 아래쪽에 생긴 것이 외치핵이다. 치핵의 90% 정도는 내치핵으로 탈출 정도와 상태에 따라 1도에서 4도로 구분할 수 있다.

치핵은 장시간 용변을 보는 습관이나 잦은 설사와 변비의 반복으로 발생하기 쉽다. 딱딱한 대변이나 지속적으로 변을 볼 경우 항문에 힘이 들어가고 복압이 증가하게 되면서 치핵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쪼그려 앉는 자세 역시 항문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치핵은 가족력, 스트레스, 과음, 흡연,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치핵 초기에는 배변 시 선홍색 항문 출혈이 나타난다. 통증이 동반되지 않고 치핵이 밖으로 빠져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치핵 2도부터는 배변 시 치핵이 밖으로 탈출하게 된다. 2도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치핵이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3도에서는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야 하며, 4도는 치핵이 계속 밖으로 빠져나와 있다. 이 경우 치핵에서 점액이 분비되며 심한 통증과 괴사 증상이 동반된다. 내치핵 1도와 출혈이 없는 2도의 경우 약물치료나 연고, 좌욕과 같은 보존적인 치료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출혈이 발생했거나 3,4도의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을 통한 치료는 치핵의 상태와 환자의 증상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과거에는 튀어나온 부위를 모두 잘라내거나 뿌리가 되는 주변 부분까지 다 잘라 묶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방식은 통증이 오랜 시간 동반될 수 있고 괄약근의 힘이 약해지기 쉬웠다.

최근에는 툭 튀어나온 치핵 부위를 다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부위만 절개하고, 항문을 보존하는 거상치질수술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수술 후에도 조직이 남아있어 항문의 모양과 기능을 가능한 원형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비교적 통증이 적고 일상 복귀가 빨라 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치핵은 개인에 따라 증상, 통증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으로 적합한 수술을 받아야 한다. 또한 치핵의 주 증상인 배변 시 불편감이나 출혈 등은 직장암, 대장암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로 제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이나 담배를 삼가고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배변 시간을 3분 내로하며 평소 항문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치질환자라면 좌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좌욕은 뜨거운 물에 3분, 찬물에 15초 정도 엉덩이를 담그고 이를 5~8회 정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한다. 이 같은 좌욕은 각종 호르몬 분비를 돕는 내분비선을 자극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글 : 서울양병원 양형규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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