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2위 ‘착한 암 아냐’…췌장암보다 생존율 낮기도, 뚜렷한 증세 없어…무기력감-체중증가 등 있을 수 있어...치료는 수술이 원칙, 최근 구강내시경으로 흉터 안남아
박정수와 박정아는 최근 방송된 MBN '더 먹고 가(家)'에 출연해 갑상선암으로 고생을 겪은 이야기를 전했다.
박정수는 "저는 (갑상선을) 다 절제했고 정아는 4분의 3을 절제했다"고 밝혔다. 2007년에 수술한 박정수는 "현재 완치됐지만 목소리의 고저음이 나오지 않아서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정아는 "고등학생 때 처음 갑상선암인 걸 알았는데, 약 먹는 걸 싫어해서 갑상선 항진증에서 저하증으로 바뀌고 결국 암 수술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가수 겸 배우 엄정화도 최근 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해 투병 사실을 전했다.
지난 2010년 갑상선암 수술 후유증으로 겪은 아픔을 고백한 엄정화는 "다들 착하고 쉬운 암이라고 해서 수술을 했는데 신경이 마비가 됐다. 갑상선이 다 없어졌고 감정의 기복이 말도 안되게 컸다. 8개월 동안 말도 못하고 지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들처럼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리고 예후도 좋은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어려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성암 발병률은 여성암 중 유방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강남베드로병원 윤여규갑상선클리닉의 윤여규 원장은 "이 세상에 착한 암은 없다. 특히 다양한 갑상선암 중 몇몇은 5년 생존율이 췌장암보다도 나쁠 정도로 위험하다. 드물지만 갑상선암이 림프절, 폐로 전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 '착한 암'이라는 인식으로 치료를 차일피일 미뤄서는 안된다. 갑상선암은 발견되면 수술을 권장한다"고 갑상선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문제는 갑상선암의 뚜렷한 증세가 없는 것이다. 무기력감, 체중증가 등 일반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특별한 변화가 없어 의심하기도 어렵다. 특히 권씨처럼 목에 이물감이 잡혀도 이미 진단받아 치료중인 '역류성식도염' 혹은 '후두염', '손떨림'이나 '가슴두근거림' 등 비슷한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갑상선 검사 자체를 시행하지 않는 것도 증상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평소 ▲목에 결절(혹)이 만져지거나 ▲결절이 딱딱하게 만져질 경우 ▲결절이 크거나 갑자기 커진 경우 ▲목소리에 변화가 있을 경우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 경우에는 갑상선암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갑상선암 치료는 수술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에는 아랫목의 피부를 절개해 수술했다면 최근에는 입안을 통해 갑상선을 수술하는 구강내시경술이 시행되고 있다.
구강내시경술은 피부절개 없이 입안(아랫잇몸과 입술사이)의 점막 3곳에 0.5~0.8㎝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삽입, 갑상선까지 도달해 수술하는 신개념 수술법이다. 갑상선만 정교하게 절제할 수 있다. 흉터가 전혀 남지 않고, 후유증이 거의 없다. 필요 시 주변 림프절 절제술도 쉽게 할 수 있다. 기존보다 더 확대된 4K 내시경 화면과 정교한 기구를 활용해 세밀하게 수술할 수 있어 주요 혈관 및 부갑상선 등을 잘 보존할 수 있다.
윤여규 원장은 "많은 환자분들이 갑상선암 수술 후 '목소리를 잃는 것 아니냐, 목소리가 변하지 않느냐'는 우려와 걱정을 많이 한다"며 "구강내시경술은 피부 상처없이 갑상선암제거와 동시에 목소리 보존에도 효과적인 수술법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갑상선암은 유전적 요인이나, 방사선 노출과 같은 외부 자극이나 신호에 의해 세포의 성장 조절에 균형이 깨지면 발생하기 쉽다. 또한 여성질환으로 인식되었던 갑상선암이 최근 40대 이후 남성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성별을 불문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윤여규 원장은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약물치료를 하고 있는 경우, 평생 약 복용에 대한 부담으로 치료시작을 거부하거나, 장기간 복용하던 약을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질병의 원인에 따라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치료의 방법과 시기는 꼭 갑상선 질환 치료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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