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태 수술-항암으로 극복…김보경은 11년 투병 끝에 숨져
- 초기 증상 거의 없어 늦게 발견…최고의 완치법은 ‘간 이식’
- 사망률 폐암 이어 2위…5년 상대생존율 37%, 다른 암의 절반
- B형간염 감염시 간암 위험 약 100배…C형간염은 10배 증가
- 간염 예발과 금주 중요…고위험군 6개월마다 정기 검사받아야
김정태는 기나 긴 항암치료 끝에 암을 극복해냈지만 김보경은 안타깝게도 11년간의 투병 끝에 올해 2월 생을 마감했다. 김정태는 10월 20일 방송된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에 출연해 투병 사실을 전했다.
방송에서 김정태는 "큰 수술 해봐서 알지만 그게 정말 어려운 거다"라며 "항암치료는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나는 맛만 봤지만 24시간 그냥 누워있는 거더라라고 밝혔다.김정태는 2018년 간암 판정을 받고 현재 완치됐다고 밝혔다.
반면 김정태와 함께 '친구'에 출연했던 김보경은 오랜 간암 투병 끝에 올해 2월 사망했다. '친구'로 연예계에 본격 데뷔한 김보경은 여고생 밴드 레인보우의 단발머리 보컬 진숙 역을 맡아 청순한 미모에 선굵은 연기를 펼쳤다.
이들이 투병했던 간암은 조기에 진단되면 간 절제, 간 이식 등을 통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환자의 약 70%는 이미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간은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암종별 사망률 폐암 이어 2위…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시 간암 위험 약 100배
간은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여러 가지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또 간은 우리 몸에서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을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간암으로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는 1만5405명으로 전체 암 중 6번째로 많았다. 전체의 6.6%를 차지한다. 사망률은 더 심각하다. 암종별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간암이 20.7명으로 폐암 34.8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2.9대1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중앙암등록본부의 2018년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7%로 모든 암(70.3%) 및 국내 다빈도 암(유방암 93.3%, 위암 77.0%, 대장암 74.3%)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특히 국소 전이 시 21.6%, 원격 전이 시 2.8%로 질환이 악화됨에 따라 생존율이 더욱 급격하게 떨어진다.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B형간염 바이러스(72%), C형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이다. 이밖에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약 100배,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간염에 걸린 기간이 오래될수록 간암의 발생 위험 역시 증가한다. 특히 간경변증 유무는 간암 발생률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경우 간암 발생률은 약 1000배 이상 증가한다.
윤영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은 B형간염 바이러스다. 이 외에 C형간염 바이러스와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염, 심한 지방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만성적인 간 손상이 발생하고, 염증반응과 동반된 면역반응이 반복돼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심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상태가 돼 간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초기 증상 거의 없어 뒤늦게 발견…완치 위해선 '간 이식'이 최고 치료법
간암 증상은 초기엔 거의 없다가 서서히 나타난다. 증상이 뚜렷해졌을 땐 이미 진행된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염으로 간수치가 매우 높아져도, 간경변으로 진행해 간이 작아져도, 간암이 생겨 간에 크게 자리해도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간암의 크기가 커지고 임파선이나 혈관 등을 침범한 경우에는 복부 통증이나 불쾌감, 심한 피로감과 쇠약감, 간 기능 악화, 황달과 복수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간암의 진행 정도는 종양의 크기와 종양이 혈관을 침범했는지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환자의 간 기능과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검사해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암이 있는 간의 일부를 떼어 내는 간 절제술이나 환자의 간 전체를 들어내고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간 이식을 시행한다.
이외에 고주파 열치료, 에탄올 주입술 등의 치료법도 있다. 고주파 열치료는 초음파 등의 영상검사로 종양의 위치를 파악한 후 전류가 흐르는 바늘을 찔러 넣고 열을 가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경피적(피부에 바늘을 찔러 넣는) 에탄올 주입술은 전류 대신 에탄올을 넣어 치료하는 것이다. 간암의 크기가 3㎝ 이하일 경우 시행되는데 암의 크기가 작을 경우 간 절제에 비견할 정도로 치료성적이 좋다.
간암이 많이 진행돼 간 절제, 간 이식, 고주파 열치료 등을 적용할 수 없을 땐 간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약물을 주입해 혈관을 막아버리는 경동맥 화학색전술이나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병든 간을 건강한 간으로 바꾸는 간 이식이다. 이유는 암 자체도 완전하게 제거할 수 있고 추후 간암이 발생할 수 있는 병든 간 전부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치료에 비해 5년 생존율 외에 10년, 20년 생존율 역시 압도적으로 높다.
윤영철 교수는 "우리나라는 간질환 환자에 대한 정기검진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어 조금만 신경 쓰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거의 대부분의 간암은 간질환 환자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간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정기검진을 열심히 받는다면 간암은 절대 무서운 병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뇌사 기증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국가적 시스템 보완을 통해 장기 기증이 활성화된다면 간암환자 또는 간질환 환자에게 간이식을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B형·C형간염 예방 중요…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정기 검사받아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의 예방이 중요하다.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아직 백신이 없는 C형간염은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 등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여럿이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한다. 또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예방을 위해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경우 절대 금주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만 40세 이상 간암발생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암발생 고위험군은 간경변증, B형간염 바이러스 항원 양성,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다. 검진비용은 무료 또는 10% 본인부담금이 있을 수 있다.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접속 후 검진대상을 조회하면 확인 가능하다. 2019년 기준 간암 검진 수검률은 73.5%다. 2014년 52.8% 대비 20.7%p 상승했다.
하수지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