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엄중대처’ 입장에도 환연 ‘입법’ 촉구 … 복지부 지정 척추전문병원 16곳 중 하나, 선정 기준도 논란 예상

또한 해당병원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제4기 전문병원’이라는 점에서 보건당국의 전문병원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지난 20일 MBC는 2월 중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원무과장 등 병원 행정직원들이 환자의 수술 부위를 봉합하고 환부를 처치하는 등 허리수술을 대리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수술 이후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오긴 했으나 의사가 수술실에서 머물며 수술을 진행한 것은 고장 5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사실은 해당병원의 내부관계자의 제보에 의해 밝혀졌다. 제보자는 해당 병원의 대부분의 허리수술이 이 같이 의사가 아닌 직원들의 대리수술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의하면 의사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시킬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징역 5년 이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보건당국은 의무기록지 등 서류를 검토하고 수술실 입구 CCTV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그 어떤 불가피한 상황이 있더라도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맡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사가 이런 불법행위를 방조, 묵인하거나 심지어 주도적으로 시행했다면 이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것으로 법적으로 무겁게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해당 의료기관과 의사 회원을 대검찰청에 고발을 검토하는 한편, 회원은 중앙윤리위원회 징계심의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유관학회인 대한신경외과학회도 24일 입장문을 내고 “회원의 명예와 사기를 실추 시킨 책임을 물어 회원자격 박탈 등 모든 강경한 조치” 및 “무면허 의료행위 신고센터 설치 등을 통하여 재발방지를 위한 실천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소비자들은 대리수술은 관행이라며 이 같은 관행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의무화, 의료인 면허 취소 등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2일 입장문에서 “수술실 CCTV법이 유령수술과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완전히 방지할 수 없지만 최소한의 확보 수단이기 때문에 신속한 입법화가 필요하다”며 “무자격자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을 교사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김원이 의원 대표발의)의 신속한 통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및 촬영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중이고 의료인 면허 취소 개정안은 발의된 상태이다. 의료계가 이 두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는 난관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사건이 일어난 해당병원은 지난해 말 복지부가 선정한 ‘제4기 전문병원’ 중 한 곳으로 밝혀져, 선정 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병원제도는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완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1년부터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복지부가 지정해왔다. 지정기준은 ①환자구성비율 ②진료량 ③병상수 ④필수진료과목 ⑤의료인력 ⑥의료질 평가 ⑦의료기관 인증 등이다.
해당병원은 척추전문병원 16 곳 중 1곳이다. 환자는 복지부의 인정을 받은 병원을 찾았다가 대리수술이라는 위험천만한 사건을 겪은 것이다. 당국이 심사과정에서 보다 세심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질책이 나온다.
해당병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공식입장이 없다”며 “내외부적으로 조사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만 밝혔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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