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불을 환하게 켜 두면 숙면을 취할 수 없다. 인체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어야 깊은 잠을 잘 수 있는데, 밝은 빛에 노출될 경우 멜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셀(Cell)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밝은 빛이 뇌의 시상하부에 주는 영향과 별개로, 간과 피부의 대사에 별도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밝은 곳에서는 뇌뿐만 아니라 몸속의 장기들도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바인 대학(캘리포니아)과 바이오메디신 연구소(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공동으로 참여한 이번 연구의 목적은 신진대사를 관장하는 생체시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인체 각 부위의 생체시계가 뇌의 시상하부의 명령이 아닌, 독립적으로 작동한다는 가설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지금까지 이 이론이 증명된 적은 없었다.

연구팀은 실험쥐의 전체 순환 체계를 무력화한 뒤 간과 피부의 기능을 각각 활성화했다. 그 결과, 예상 밖으로 간은 시상하부의 명령 없이도 그대로 소화 기능과 포도당 대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를 두고 간이 다른 장기로부터 얻은 신호를 통해 빛을 감지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실험쥐를 어두운 환경에 노출하자 간은 작동을 멈췄다.

즉, 잠들기 직전에 컴퓨터나 스마트폰, 텔레비전과 같은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이 신체 내부의 장기까지 영향을 미쳐, 생체시계가 꼬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밝은 빛에 노출되기 쉬운 현대의 생활 방식이 결국 우울증과 알레르기, 조기 노화, 그리고 암과 같은 건강문제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파올로 사소네-코시(Paolio Sassone-Corsi) 얼바인 대학 역학 및 메타볼리즘 센터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앞으로 인체의 생체리듬, 노화 과정, 신진대사가 이루어지는 경로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하며, 앞으로는 각 기관들이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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