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감기와 독감, 상극으로 밝혀져

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 이상 겪는 흔한 질환이다. 이 감기 증상이 악화되면 독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실제로 두 질환은 원인, 증상, 치료법까지 다른 질환이다. 감기는 200여 종 이상의 수많은 바이러스가 단독 혹은 결합하여 유발되는 것으로, 호흡기 점막의 급성 염증성 질환이나 알레르기성 질환을 총칭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체내에 침입하여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이다.

이처럼 감기와 독감은 확연히 다른 질환으로, 이는 두 질환이 한꺼번에 발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한 질환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다른 질환까지 발병하는 것은 악몽 같은 시나리오로 들린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두 질환이 상극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바이러스 연구소의 파블로 무르시아(Pablo Murcia) 박사는 "독감이 유행하는 특정 계절이 되면 감기가 발병하기 쉬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감기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9년 동안 급성 호흡기 질환에 노출된 3만 6천명 이상의 스코틀랜드인들의 목과 코에 4만 4천개 이상의 면봉을 이용해 11종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채취·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35%는 최소 한 개의 바이러스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였고, 8%는 최소 두 개의 바이러스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독감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겨울이 되면 감기의 감염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세마 니크바키시(Sema Nickbakhsh)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겨울에는 독감 발병률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 때 감기의 발병률을 낮아지는 패턴을 보인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연구원들이 개별 환자들을 조사했을 때, A형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감기를 유발하는 라이노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70%나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바이러스가 서로를 억제하는 상호작용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바이러스 간의 이러한 상호작용이 왜 발생하는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해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이에 니크바키는 "이러한 현상은 독감 바이러스와 감기 바이러스가 서로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한 경쟁 때문일 수 있다"며, "혹은 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인체에 면역반응이 생길 경우 다른 바이러스의 침투를 어렵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두 바이러스가 동시에 감염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하나의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을 낮추기 때문에 동시에 두 질환에 노출될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이다.

무르시아 박사는 "일반적으로 감기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연구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두 바이러스를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만약 두 바이러스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체내 감염되는 특정 바이러스들이 어떻게 서로 선호하거나 억제하는지 밝혀낼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효과적인 바이러스 치료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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