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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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침공이 시작될 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 동물들을 데리고 피난하는 모습이 세계적으로 많은 울림을 낳았다. 반면 최근 일어난 경북 울진군과 강원 삼척, 동해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재난에서는 야생동물 뿐만 아니라 피난이 어려운 반려동물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한국은 재난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한국은 산불과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국가다. 때문에 평소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사람들이 예고 없는 재난에 대비해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담은 재난 키트를 준비하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위한 생존 키트를 미리 구비해두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생존키는 작은 가방 등에 꼭 필요한 것들로 간소하게 꾸리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하기 위해서는 부피가 너무 크거나 무거운 것은 이동에 부담이 된다. 작고 가벼우며 방수가 가능한 재질의 가방을 고른다.

키트에는 기본적으로는 △ 3~5일 치 사료 △약간의 간식 △ 물 △ 물티슈 △ 담요 △ 배변용품(배변패드) 등이 들어간다. 여기에 △ 유실시 가족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인식표 △ 갑작스런 상황에 이탈하는 동물이 발생 대비를 위한 목줄 △ 반려동물이 지병이 있어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관련 약 등을 챙겨야 한다. 공간이 허락한다면 반려동물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좋아하는 장난감을 같이 넣어도 좋다.

재난 시에는 반려동물이 놀라고 겁을 먹어 보호자의 손을 피해 도망가거나 구석으로 숨기도 한다. 때문에 가장 먼저 반려동물을 찾아 이동 케이지에 넣은 후 생존키트를 들고 대피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이동장은 평소 잘 보이는 장소에 두고 반려동물이 자주 들락거리도록 하는 게 좋다.

심인섭 대표는 “평소 보호자의 신호에 따라 이동장(케이지)에 들어가는 훈련을 해 두고, 비상시 반려동물을 맡아 줄 수 있는 친적 또는 지인의 집을 확보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내장형 칩으로 동물 등록이 되어있다면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는 만약의 상황에서 찾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만약 화재나 수해 등 상황에서 도저히 반려동물을 데리고 피난할 수 없다면, 우선 반려동물이 탈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 묶여 있는 경우 줄을 풀어줘야 한다.

경북 울진군 현장 구조에 나선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지난 강원도 고성 산불 당시에는 보호자가 미처 동물들을 대피 시키지 못하여 동물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으나 이번 울진 화재에는 보호자와 주민들, 소방관들의 빠른 판단으로 미처 대피시키지 못한 동물들의 목줄을 풀어주어 화재로부터 많은 생명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재난 시 보호자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반려동물 동반 대피 가이드라인이 우선 정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이재민 대피소에 반려동물 데리고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심인섭 대표는 “이번 울진 화재 현장에는 반려동물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이재민 대피소 대신 위태로운 차 안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대피소등 제대로 된 반려동물 동반 대피 매뉴얼을 서둘러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2005년 카트리나 허리케인 당시 반려동물을 버리지 못해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한 이들이 다수 발생하자, 이후 '반려동물 대피 및 구조 표준 행동'을 규정하여 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반려동물 재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를 늘리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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