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문제로 초기 사산 태아 세포만 사용됐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발달 후기 태아 조직으로 연구 가능해져... 배양 시간도 축소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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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임신부 양수에서 세포 오가노이드 배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3월 4일,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연구진이 네이처 메디신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게재했다고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6일 ‘이슈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태아가 발달할 때 자궁 속에서 모체가 생산한 영양분, 호르몬 및 항체 등으로 이뤄진 양수에서 자라게 된다. 이 양수는 태아가 생산하는 여러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통해 태아의 질병 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자궁에 바늘을 삽입해 양수를 채취하는 것은 ‘양수 천자’(amniocentesis)라고 하며 이 같은 검사는 일반적으로 임신 20주까지 진행된다.

연구팀은 양수에서 분리된 상피세포가 폐, 신장 및 소장과 같은 3차원 오가노이드(연구 목적의 유사 장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선천성 태아 질병을 연구하고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연구팀은 태아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 임신 16주에서 34주 사이의 12개 임신에서 양수 천자 또는 산전 진단에 사용하기 위해 수집된 양수에서 장기 내부를 감싸고 있는 상피 세포를 분리한 이후 젤 매트릭스를 사용하여 세포를 3차원 배양하여 오가노이드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임신 중 태아에서 나온 세포를 오가노이드로 성장시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가노이드는 일반 세포를 채취한 후 모든 유형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로 프로그래밍해 필요한 장기 세포로 배양한다. 개인의 유전자를 담고 있어 맞춤형 치료 연구에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며, 태아 발달과 선천성 질환에 대한 연구에서도 핵심적으로 활용되지만, 그 동안에는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사후 태아조직만 활용해 연구가 이뤄져 왔으며, 이 마저도 임신 초기 사산된 태아조직만 활용할 수 있어 제약이 따랐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태아를 건들이지 않고 양수 속 조직으로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해, 윤리적인 문제없이 후기 단계의 태아 조직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샘플은 양수 천자를 통해 얻거나 임신 34주까지 과도한 체액을 제거하기 위한 양수 배액을 통해 채취했으며, 이후 개별 세포를 분리하고 그 기원을 특성화했다”며 “대부분은 장기의 표면을 덮고 있는 상피층 세포가 채취됐는데, 많은 선천성 질환이 상피 조직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상피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가 선천성질환에 연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죽은 세포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분리하는 일이었다. 양수에 떠 있는 세포의 98%는 이미 죽은 것이었기 때문. 연구팀은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을 ‘단일세포 시퀀싱 기술(single cell sequencing techniques)’을 사용해서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 같이 양수 속 세포를 활용한 오가노이드 배양은 윤리적인 이점 외에도 배양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만능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와 달리 양수 세포는 이미 장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재프로그래밍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었다”며 “비교적 간단한 기술을 통해 오가노이드를 성장시킬 수 있어 줄기세포를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필요한 5개월~9개월을 4주~6주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오가노이드가 향후 선천성 질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별 태아를 위한 맞춤형 치료에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뇌, 심장과 같이 양수에 세포 조직이 유출되지 않는 기관의 경우 오가노이드 배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오가노이드는 질환 연구에서 약물이나 환경 변화 등에 따른 반응을 확인하는데 사용된다. 현재 뇌, 심장 및 망막을 포함해 많은 조직 유형이 오가노이드를 통해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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