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명의인터뷰] 전문가에게 직접 듣는 치매 이야기
[심층! 명의인터뷰] 전문가에게 직접 듣는 치매 이야기
  • 하수지 기자
  • 승인 2019.08.13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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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 당신은 치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요?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치매' 라는 질환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실제로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일 정도로 높은 발병률을 보일 정도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렇게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발병률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있어 치매는 아직 낯선 질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치매는 사전에 미리 제대로 알아둔다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헬스인뉴스는 연세 휴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윤희우 전문의와 선양신경외과 원장인 최율 전문의에게서 그동안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던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들어보았다.
 

Q. 치매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
(연세 휴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윤희우 전문의, 이하 윤희우 전문의) 치매는 정말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병하는 뇌의 퇴행성 질환이다. 여러 가지 원인들로 인해 뇌세포들이 파괴되면서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로 인해 기억력이나 주의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불면이나 우울 같은 정신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치매 원인만 해도 수십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우리나라에서 치매 발병 요인으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노화로 인해 시작되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장 흔하고, 그 다음으로는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가 많이 발병한다.
 

Q. ‘치매’하면 노인성 질환이라고 여겼지만 최근 젊은 층의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선양신경외과 원장인 최율 전문의, 이하 최율 전문의) 최근에 30~40대의 치매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현대인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 과도한 음주 등이 있다. 유전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는 젊은 층의 치매 원인 중 하나다.

유독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치매가 위험한 이유는 대부분 치매 증상이 발생해도 이를 건망증 정도의 가벼운 문제로 여기고 방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아직 젊은 나이라고 해도 치매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길 권한다.
 

Q. 그렇다면 치매가 발생하기 전, 발병 위험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율 전문의) 가족력이 영향을 주는 치매의 특성상, 유전체 분석이 조기 진단의 방법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특히 APOE4 유전자는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을 2.5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현재 일선 병원에서도 검사를 할 수 있으니 미리 내원해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Q. 치매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졌을 때, 누군가는 쉽게 치매에 걸리고, 또 누군가는 치매와는 관련이 없는 건강한 삶을 산다. 이런 현상은 왜 발생하나?
(윤의후 전문의) 사람이 나이가 들고 신체의 노화가 일어나면 뇌세포가 파괴될 위험성이 자연스럽게 높아져 치매의 발병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더 젊은 나이에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치매가 발병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도 전혀 치매와는 관련 없이 건강한 뇌를 유지하기도 한다.

유전적인 차이(ApoE4 라고 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경우 등)가 치매의 발병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외에도 뇌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도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술이나 담배를 즐겨 하는 경우 뇌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며,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인 활동을 계속 하는 경우에는 치매의 위험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런 차이로 인해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치매의 위험이 서로 다를 수 있다.
 

Q. 치매임을 알 수 있는 신호는 어떤 것들이 있나?
(윤의후 전문의) 치매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기억력 저하다. 지갑이나 핸드폰 같은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거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그리고 계산 능력도 떨어져서 물건을 산 뒤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일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맛을 잘 느끼지 못해서 매일 하던 음식 맛이 바뀌거나 점점 된장찌개를 짜게 끓인다든지 하는 변화가 치매의 초기에 일어날 수 있다. 노화로 인한 뇌 기능의 변화는 주로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와 그 주변 영역부터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아주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평소에 가족들이 서로의 생활 습관을 잘 관찰해야만 사소해 보이는 치매 신호도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다.
 

Q.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불치병으로 생각한다. 정말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인가?
(최율 전문의) 수십여 년 동안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수십조 원의 돈을 투자하여 약 100여개의 후보 물질을 가지고 치매 치료제 개발을 시도 하였으나 모두 실패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용도로 미국 식약청에서 승인 받은 약은 한 종류도 없다. 효과가 있는 듯 했던 많은 약들도 임상시험의 마지막 단계에서 효과가 없는 것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2003년 이후 승인된 알츠하이머 약은 전무하며, 이미 승인된 약은 병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알츠하이머 협회의 발표가 있기도 했다.

따라서 치매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하며, 예방과 조기 발견을 통해 관리하는 것만이 치매를 심화시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Q.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질환이 치매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가?
(윤의후 전문의) 우울증이 치매를 부른다기보다는, 특히 노인의 우울증에서 특징적으로 두드러지는 인지기능 저하 증상이 치매와 혼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적절하게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를 한다면 인지기능의 저하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오랜 시간 우울 증상이 방치되었을 때는 인지기능의 영구적인 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또한 어떤 한 가지 정신 질환이 치매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우울증, 불안 장애 같은 정신 질환에 동반되는 불면 증상이나 불안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치매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뇌 건강을 위해서는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Q. 치매도 예방 가능한 질환인가? 예방할 수 있다면 그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몇 가지 조언을 한다면?
(최율 전문의) 미국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퇴행성 질환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데일 브레드슨은 치매의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연구 논문들을 통해서도 소개 되고 있는데, 피 검사를 통해 호모시스테인 수치와 당뇨 수치, 갑상선 기능 등을 정상으로 유지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또 우리가 쉽게 생활 속에서 지킬 수 있는 예방법으로는 규칙적인 운동이 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30분 이상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뇌의 기억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비타민D도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많이 발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비타민D를 보충해주는 것도 좋은 예방법 중 하나다.

(윤의후 전문의) 아직까지 뇌세포의 파괴가 시작되면서 동반되는 뇌기능의 저하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단계에 이르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치매의 다양한 원인을 막기 위한 생활 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우선 충분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시간 동안 뇌 속에서 여러 노폐물과 독성물질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인 고혈압, 당뇨, 비만 같은 여러 대사 질환을 적절히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Q. 치매 환자도 힘들지만 치매 환자들을 돌보는 가족들도 무시할 수 없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의후 전문의) 치매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주는 질환이다. 특히나 회복이 어려운 병이라는 점 때문에 가족들이 더 절망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치매라는 병을 환자와 가족 모두가 받아들여야만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무래도 환자분의 원래 모습을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기를 기대하는 가족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환자가 평소에 보이지 않던 행동을 하면 놀라기도 하고 화를 내기 쉬운데,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환자와 가족 모두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행동들은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환자의 의지로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원래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억지로 행동을 교정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가족들이 환자의 병을 이해하고,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감정적으로 화를 내며 고치려고 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격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율 전문의) 치매 환자를 두고 있는 가족들에게 ”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아주 사적인 알츠하이머의 기록"이라는 책을 추천 드리고 싶다. 이 책은 에미상을 수상한 방송기자 메릴 코머가 자신의 사적인 경험담을 기록한 것으로, 저자의 남편이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이후 간병인이자 보호자로서 겪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들을 솔직한 태도로 기술했다. 또 마땅히 알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잘못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실에 관해 가장 생생한 방식으로 간접 경험을 하도록 만들어준다.

또한 "알츠하이머의 종말" 이라는 책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아직 확실하게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생활환경 개선을 통하여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다양한 인자들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설명한 책으로, 이 역시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치매 치료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윤의후 전문의) 아무래도 치매 환자를 진료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여러 검사를 한 뒤 치매가 맞다고 진단이 되었을 때를 처음 설명할 경우가 아닌가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치매는 뇌의 퇴행성 질환이고, 아직까지 치매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나와 있지 않다. 때문에 환자 본인과 그 가족들에게 치매 진단을 알리고, 지금의 상태보다 나아지기는 어렵고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참 마음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치매가 진행이 된 뒤에도, 꾸준한 치료를 통해서 증상이 나아지기도 한다. 특히나 치매에 동반되었던 우울 증상 같은 행동 심리적인 증상들(BPSD, 치매에 동반되는 행동 심리 증상. 망상, 불안, 환각, 우울 등 증상)은 많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을 혼자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던 할아버님께서 처음으로 복지관에 나가기 시작하셨을 때나, 복지관에서 그렸던 그림을 가져와서 보여주시면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최율 전문의) 치매 환자인 어머님 한 분이 계셨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원에 오실 때마다 항상 똑같은 말을 반복하셨던 분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운 치매 환자였다. 치매가 발병하기 전에도 남을 배려하고 행복하게 지내셨던 분이라고 한다. 진료 후 집으로 가실 때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꼭 하셨고, 언제나 웃는 얼굴을 보여주셨다. ‘평소 좋은 생각, 좋은 말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치매가 와도 이렇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 역시 좋은 생각을 하며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가 되었다.

또 환자와 보호자 모두 치매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질환으로 내원하였다가 우연히 치매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 조기에 치매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시작하기 때문에 대부분 예후가 좋은 편인데 이렇게 조기 진단과 치료로 현재까지 치매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별 이상 없이 생활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Q. 끝으로,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윤의후 전문의) 아직까지 치매는 현대 의학으로 그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거나 치료법이 완성이 되지 않은 질환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들을 통해 다양한 원인들이 알려지고 있으며, 이런 원인들을 파악하고 개인에 맞춘 치료법을 통해서 치매의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이 깊어지기 전에 일찍 치매 증상을 발견하는 것으로 인지 기능의 저하는 본인 스스로 느끼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가족이나 이웃들의 배려 깊은 관찰이 조기 발견과 예방에 중요하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인지 기능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가능한 빠른 시점에 전문가를 만나 상의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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