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에 2점을 고갱의 침실에 걸 작품으로 꼽았다. 작품 해바라기는 노란색이다. 태양이 연상되는 노란색은 따뜻한 행복감도 떠오른다. 반 고흐는 고갱을 생각하며 우정의 기쁨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화가 동료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은 듯싶다. 그러나 극단적인 기대는 극단적인 절망과 닮은 꼴이다.
반 고흐는 친구와의 생활 몇 달 만에 심각한 불화를 겪는다. 고갱을 죽일 것처럼 위협한 그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귀를 자른다. 그는 두루뭉술하지 못했다. 순수한 영혼이되, 자기 세계에 빠져 사는 괴팍한 삶으로 비쳐졌다.
그가 의지하고, 그를 위로하는 것은 그림이 거의 전부였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 작품이 2000점도 넘는다. 27살부터 37살까지 약 10년 동안에 800점의 그림과 1000점이 훨씬 넘는 습작품을 남겼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왕성한 창작욕의 소유자인 그는 정작 생존시에는 화단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저 시냐크, 가쉐 박사등 가까운 몇몇이 알아주는 정도였다. 사후(巨匠)에 거장으로 인정받은 화가다.
세상이 진가를 알아주지 않는 작품! 그는 고독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예술세계, 작품에 대해 말을 해야 했다. 반 고흐는 그림을 그린 후 작품에 대한 배경을 꼼꼼하게 적었다. 이중 상당수를 동생 테오 등 주위 사람에게 편지로 보냈다.
많은 작품 중 반 고흐가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고개를 끄덕인 그림이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다. 1880년 화가의 길을 걸은 지 5년 만에 만족감을 얻은 것이다. 목사의 아들인 그는 화랑의 직원, 학교 교사, 탄광의 전도사 등의 일을 했다.
그는 예술 감각과 함께 타인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인간미도 갖춘 작가였다. 화가의 공감력은 감자를 먹는 사람들의 작품 일기에서 잘 엿볼 수 있다. 반 고흐는 이 그림에서 노동자의 삶을 신화 속의 영웅이나 역사 인물처럼 무대의 주역으로 담았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등불 아래에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 노동으로 거칠어진 농부의 손’을 설명했다.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손으로 감자를 먹는다는 사실을 그렸음을 밝혔다. 거칠어질 정도로 노동을 한 손이기에 밥을 먹을 자격이 있음을 강조했다.
반 고흐는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릴 때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꼬박 18시간을 작품에 매달렸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한 작품도 여느 그림과 마찬가지로 당시에 진가를 알아보는 이는 드물었다.
그도 경험적으로, 주목받지 못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많은 사람, 다양한 직업인 중에서도 농부에 주목했다. 농사짓는 사람을 화폭에 가장 많이 담았다. 약한 호롱불빛, 정제되지 않은 나무 식탁, 섬세하지 못한 소쿠리, 찐 감자, 삶에 찌든 외모--- ---. 반 고흐는 결코 밝지 않은 그림에서 밝음의 가치관을 표현했다. 노동의 가치와 소박한 식사에서 얻는 행복을 작품화한 것이다.
단순한 식단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먹으면 마음이 넉넉해짐을 표현했다. 사실, 그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생활은 버거웠고, 먹거리도 풍족하지 않았다. 그는 5일 동안 말라비틀어진 빵과 커피 23잔만으로도 연명했던 적도 있었다. 커피를 유난히 좋아한 탓도 있었지만 맛있는 것을 찾아 먹을 만큼 여유가 없었다. 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밥 먹듯 굶은 삶을 살필 수 있다.
“너무 오랫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네가 보내준 돈을 받았을 때는 어떤 음식도 소화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네가 이해할지는 모르겠다. 내가 돈을 받을 때 간절히 바란 것은 음식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내성적 성격에 사회성도 부족한 그는 가난을 친구삼아 그림에 몰두했다. 10년 남짓한 기간에 2,000여 작품을 남긴 것은 고독과 바꾼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사람이 보기에 정상과 이상의 경계 영역에 있던 예술가 반 고흐는 37세에 삶을 마감했다.
그는 정신의학적으로는 경계성 인격장애 가능성과 조울증을 알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선천적으로 뇌에 기질적 질환이 있거나 지속적인 음주, 잦은 영양실조, 수면 부족 등으로 뇌에 화학변화가 일어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영양 실조는 장부에 보내는 영양분을 적게 한다. 이로 인해 면역 체계가 약화되고, 다양한 건강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영양이 부족하면 체중감소, 근육 쇠약, 만성피로, 감염위험, 피부약화, 소화기 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비만 해소를 위한 잦은 결식이나 지나친 식단조절 등은 영양실조를 불러서 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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