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여성에게서 주로 발병…여성이 남성보다 6배 많아

증상 다양해 ‘천의 얼굴’ 별명…10만명당 15~50명꼴 발생
예방·치료법 사실상 없어…‘장기손상 예방’ 목적으로 치료

고(故)최진실의 딸 최준희, 팝가수 토니 브랙스톤, 영화배우 겸 가수 셀레나 고메즈.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 이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루푸스병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인 것. 루푸스의 정확한 병명은, 홍반성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이며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을 뜻한다.

쉽게 말해 루푸스는 외부 침입물질이 아닌 자신을 공격하는 항체가 비정상적으로 생겨나서 조직이나 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루푸스는 대략 인구 10만 명당 15~50명 꼴로 발병되는 희귀질환이다.

▶10만 명당 15~50명 꼴로 발병…증상 다양해 ‘천의 얼굴’ 별명

루푸스(lupus)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늑대'인데, 늑대에 의해 물리거나 긁힌 자국과 비슷한 피부발진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에 루푸스라는 이름을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루푸스는 피부에 주로 증상이 발생하는 피부 홍반성 루푸스, 약물에 의해 발생하는 약물 유발성 홍반성 루푸스, 그리고 전신의 여러 장기에 이환될 수 있는 전신 홍반성 루푸스로 분류할 수 있다.

전신 홍반 루푸스는 증상이 매우 다양해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고도 일컫는다.

팝가수 토니 브랙스톤, 영화배우 겸 가수 셀레나 고메즈 등이 공통적으로 투병중인 루푸스는 사실상 예방법과 치료법이 없다. 다만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억제하거나 다른 장기의 손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장성혜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는 모습.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장성혜 교수는 "질환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며, 같은 전신 홍반 루푸스 환자여도 환자마다 주로 이환되는 장기가 다를 수 있고, 같은 장기를 이환하더라도 중증도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신 홍반 루푸스의 가장 흔한 증상은 피로감, 권태, 발열, 체중감소, 쇠약감, 식욕부진과 같은 비특이적인 전신증상을 보인다. 관절통, 관절염, 근육통과 같은 근골격계의 증상도 흔히 나타난다.

관절증상 외에 근육통, 염증성근육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치료약제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관련된 근력약화 및 허혈성골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

피부증상으로는 뺨에 대칭적인 나비모양 발진이 급성악화기에 발생할 수 있다. 루푸스의 발진은 대부분 광과민성을 동반하고 있어, 강한 자외선과 광선에 노출 후 피부 발진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질환 경과 중, 탈모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울러 루푸스 환자의 약 50% 전후에서 신장기능 이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때 신부전, 신증후군이 발생해 전신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폐·신장에서 심낭염, 흉막염, 심근염, 심내막염, 폐동맥고혈압, 전신홍반루푸스폐렴, 간질성 섬유화, 폐위축증후군 등이 발생해 호흡곤란, 호흡시의 가슴통증과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장 교수는 "위장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질환 및 치료 약제와 연관돼 비특이적인 구역, 동통, 설사와 같은 증상 뿐아니라, 심한 복통을 수반하는 췌장염 또는 루푸스 장염과 같은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경증상으로 가벼운 인지장애, 기분장애, 두통, 발작, 말초 신경병증, 뇌졸중, 운동장애, 무균성 뇌막염 및 척수병증이 관측되기도 한다. 림프계를 침범해 목, 사타구니 등의 림프절비대 및 비장비대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혈액검사 및 전신 증상을 고려해 임파선 암을 감별해야 한다.

이밖에 포도막염, 공막염, 안구건조증과같이 안구증상을 동반하거나, 특히 항인지질 항체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 정맥이나 동맥에 혈전증이 병발되기도 한다.

▶젊은 여성에게서 주로 발병…사실상 예방법과 완치법 없어

루푸스병은 주로 가임기 여성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16~55세가 65% 가량을 차지한다.

2017년 기준 전체 루푸스 환자 가운데 86.3%가 여성 환자로 남성 환자보다 약 6배 많았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루푸스를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푸스의 발병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사실상 예방법이 없으며, 완치법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루푸스의 10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이는 조기 진단, 치료제 및 치료 방법의 발달, 투석 및 신장이식 등에 기인한 것이다.

결국 루푸스의 치료는 급성 악화를 치료하고 질병의 활성도를 적절히 억제해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장성혜 교수

장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외선을 차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술·담배를 하지 않고, 적절한 예방접종을 받으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적절한 운동과 칼슘·비타민D를 섭취하며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이 질환의 악화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주로 쓰이는 약물요법은 항말라리아제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가 있다. 항말라리아제제는 루푸스에 의한 피부발진, 관절염을 포함한 전반적인 루푸스의 활성도를 안정화시키며, 혈전을 방지하고, 임신 전후 및 임신 기간 중 임신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전신홍반루푸스에서 중요한 약제다.

또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스테로이드는 염증을 가장 효과적으로 빠르게 조절할 수 있는 약제다. 다만 골괴사, 골다공증, 당뇨, 부종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사용에 주의를 요하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억제제는 신장, 신경, 폐, 심장과 같은 주요 장기 손상이 심각한 경우 치료를 위해 쓰이기도 하며, 스테로이드를 감량하기 위해서도 사용하게 된다.

장 교수는 "최근 60년만에 전신 홍반성 루푸스의 기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세포의 성장인자를 차단하는 '벨리무맙(belimumab)'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면서 "스테로이드 용량을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있었으며, 이후 추가적인 연구들에서 주로 피부 관절증상이 주된 환자에게서의 유용성이 높다는 것이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다양한 약제들도 임상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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