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환자 증가추세, 전세계가 ‘비상’
‘금연보조제’ 될 수 없어... 미세먼지보다 ‘위험’

[기획-질환완전정복] 끊임없이 밝혀지는 전자담배 유해성...“안전하다고 볼 수 없어”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끊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보조제로 전자담배를 활용하기도 한다. 전자담배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고통이 적고 연초 담배와는 태우는 방식도 달라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해롭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8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흡연율은 최근 20년 간 점점 하락해 흡연자가 지난해 3명 중 1명 수준을 보여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자담배 사용률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남성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6년 4.2%, 2017년 4.4%, 2018년 7.1%로 집계됐고, 여성은 같은 기간 0.4%에서 1.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평균은 2018년 4.3%로 2013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자담배는 해롭지 않다? ‘NO'

그러나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덜 해롭다는 인식은 오해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 함량이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며, 벤조피렌, 벤젠 등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자담배의 증기에 노출된 쥐들 중 일부 쥐가 폐암에 걸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전자담배가 폐 건강에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미국 뉴욕대(NYU) 의대 연구진은 1년여 간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니코틴 유무에 따른 전자담배 증기에 노출된 쥐들에게 암 등 질병이 생기는지를 자세히 살폈다.

그 결과, 총 54주간 니코틴을 함유한 전자담배 증기에 노출된 쥐 40마리 중 9마리(22.5%)가 폐선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폐선암은 폐에 생긴 악성종양의 일종이다. 반면, 똑같은 기간 니코틴이 전혀 없는 전자담배 증기에 노출된 쥐 20마리 중에서는 어떤 쥐도 암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탈리아 국립암연구소의 Ruprecht 교수 연구팀은 일반담배, 가열담배, 전자담배의 연기 성분을 측정한 결과 가열담배에서도 미세먼지와 발암성 물질인 알데히드 등 유해성분이 배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사카 국제암연구소가 진행한 설문결과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4명이 가열담배 간접흡연으로 인해 불편감이나 눈과 목의 통증을 느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 없는 전자담배는 괜찮나?

그러면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는 어떨까? 니코틴을 포함하지 않는 전자담배 연기도 폐의 기능과 폐의 면역세포들의 활성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휴스턴의 베일러(Baylor) 의과대학 연구팀이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 연기도 폐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결과 담배연기에 노출된 쥐들과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전자담배 연기를 마신 쥐들에서 모두 폐의 손상이 나타났으며, 손상의 형태에는 차이가 있었다. 일반 담배연기를 마신 쥐들은 심각한 폐 손상과 함께 폐기종과 유사한 염증반응이 나타났다. 반면에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전자담배 연기를 마신 쥐들은 폐에서 비정상적으로 쌓인 지방이 관찰되었다.

전 세계,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

국민 건강에 빨간불이 켜짐에 따라 전 세계가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월 15일 기준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479건이 발생했고, 이 중 33명이 사망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향후 시장에서 전자담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담배 이외의 맛과 향을 모두 제거해야 하며, 사전 시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각 제품은 승인이 완료될 때까지 시판될 수 없다.

캐나다의 경우 10월 17일 기준 중증 폐 손상 사례가 5건 발생했으며 10월 11일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미국 CDC 권고가 시작된 지난 9월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스라엘은 9월 24일을 기준으로 모든 가향 전자담배의 액상을 판매 금지하도록 조치했다. 같은 기간 중국도 알리바바 등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인도는 자국 내 전자담배의 생산·수입·판매·보관을 금지하는 강력 제재를 취하고 있다.

필리핀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주친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릭 도밍고 필리핀 보건부 차관은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사망 사례가 34건 발생했다"며 "필리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의 노력

국내에서도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 손상 의심사례 1건이 보고됐다.

이에 지난 10월 23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재정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관세청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안전관리 체계가 정비되고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즉시 중단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내 유해 의심 성분 결과'를 발표해 일부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비타민 E아세테이트와 가향 물질 3종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총 13개 제품에서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0.1~8.4ppm(mg/kg) 범위로 검출돼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미세먼지보다 무서운 담배연기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찾아 온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 시에는 마스크,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가 필수다.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보다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연기가 우리 몸에 더욱 해롭다. 일반적으로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총량은 1만2000μg에 이른다. 성인 남성이 미세먼지 ‘나쁨’ 수준에 해당하는 100㎍/㎥의 미세먼지를 일주일 내내 흡입한다고 가정해도 1만1000μg에 불과 한 것을 고려해보면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5분의 시간 동안 흡연자의 폐는 미세먼지 폭탄을 맞는 격이다.

심지어 전자담배 연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극심한 초미세먼지로 이루어진 공기이므로 기존의 담배연기보다 비흡연가에게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또한 일반담배와 다르지 않다”며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사용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며, 건강을 위해서라면 완전히 금연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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