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을 넘어 공유가치로 발전해야
의료기관에서 사회공헌이 활발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사회공헌팀의 역할도 컸다고 할 수 있다. 사회공헌팀은 환자의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상담뿐만 아니라 공공 기관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돕는 역할을 한다. 삼성서울병원과 한강수병원의 사회공헌팀의 경우 전문지식과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료사회복지사를 두어 각 진료과 별로 배치하였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의 치료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뿐만 아니라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등 환자의 병원생활에 대한 조력자 역할까지도 한다.
의료재단이 아닌 복지재단에 기초해서 설립된 아산병원의 경우 무료치료 전담 팀을 만들어 무료 순회진료를 펼치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저소득층을 비롯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오지, 낙도 등에 의료지원단을 파견,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고 재해나 재난 피해지역까지 지원활동을 넓히고 있다. 또한 아산 인 아시아(Asan in Asia)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적으로도 저개발국가와 재난 국가의 구호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의료봉사팀은 의료진과 교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의료의 손길이 어려운 지역을 찾아 예진부터 각 과별 검진과 치아 스케일링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으로써 희생과 봉사정신을 넘어 보람으로 승화되어 사회공헌문화로 자리잡고 있어 모범적인 선행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반면 대학병원 혹은 종합병원, 비급여 중심의 네트워크 병원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1~2차 개인 병의원의 사회공헌활동은 미미하거나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보다 경영의 어려움이 커지다 보니 사회 활동이 위축된 경향도 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상생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주변과 소통하는 채널을 확보하고 꾸준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보편화되었지만 최근 중소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기업을 평가하고 기업에 바라는 점에 있어서 사회공헌활동은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 의료기관 역시 지속적인 성장과 차별화를 위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종의 특성상 지역과 나아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책임,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여야 그것이 곧 선한 영향력으로 발휘되어 다시 환원되기 때문이다.
한편,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사회공헌활동은 단순한 홍보와 돕는 차원에 벗어나 사회적 약자와 함께 경제적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로 진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철수 이사장은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공헌 문화확산 세미나'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돕는다거나 홍보하는 차원이 아닌 '공유가치창출(CSV)'을 통해 사회적, 문화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신 경영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공헌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공유가치를 창출하도록 변화해야 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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