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 외에도 따뜻한 도움의 손길 내밀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9, covid-19)의 유향으로 세계적으로 타민족, 타문화권 인종에 대한 혐오범죄가 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배타적인 성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타국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질환이나 출산·육아 등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움이 절실하다. 이때 의료기관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따뜻한 한국인의 온정을 보여준 의료기관의 사례를 살펴본다.

불법체류자된 의식불명환자 억대 병원비 및 귀국 항공편까지 부담한 고신대병원

루박씨와그의보호자를자처한지인김씨
루박씨와그의보호자를자처한지인김씨
고신대병원은 얼마 전 한 장기입원환자를 퇴원시켰다. 병원에서 환자가 퇴원하는 것은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병원비는 물론이고 돌아갈 여비까지 병원에서 책임진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환자는 루박(LiuBov)이라는 이름의 49세 러시아 국적 소유자다. 그는 지난해 7월 의식을 잃은 채 119 구급대를 통해 고신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문제는 루박 씨의 병원비를 지불보증 할만한 보호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국내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미리 지불보증이 이뤄져야만 입원 및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본인은 의식을 잃고 있었고 주변에는 그를 위해 보증할 사람이 없었다.

이에 병원 측은 고심 끝에 인도적 차원에서 지불보증 없이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을 기다리면 입원한 동안 환자의 비자가 만료돼 그는 불법체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때문에 직장을 가지고 병원비를 부담할 능력을 잃게 된 것이다. 그래도 병원 측은 수술과 재활치료 등을 진행했다. 당장의 입원비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상가상 보호자 역할을 했던 지인도 병원비 부담을 느꼈는지 도중에 연락이 두절됐고 환자의 러시아 현지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겨 국제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그와 인연이 닿았던 부산 범천동에 사는 김모씨가 보호자를 자처하며 그를 보살폈다. 의료진의 치료와 보호자의 돌봄 덕에 루박 씨는 의식을 회복했고 병세도 천천히 호전돼 갔다.

그렇게 장기 입원 후 드디어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되자 병원 측은 퇴원을 결정했다.

문제는 병원비다. 지금까지 나온 병원비는 2억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구박 씨는 이를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그를 위해 병원비를 일절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여기에 더해 그의 귀국편 항공권과 출입국관리사무소 절차까지도 병원이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그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국내 방치될 경우 다시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루박 씨는 지난달 2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 시베리아 항공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 일정에는 고신대병원 의료관광 러시아 코디네이터가 동행하여 환자의 상태를 살폈고 현지에서 가족에게 인계했다. 고신대병원은 루박 환자가 현지에서 올바른 치료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의사소견서, 의료기록, 치료약까지 함께 보냈다.

최영식 병원장은 “억대의 병원비 뿐 아니라 항공료까지 부담하고 환자와 동행하는 코디네이터는 귀국 후 자가 격리까지 해야 하기에 사실 부담이 컸다”면서도 “장기려 박사님이 보여주신 인술과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병원의 설립이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에서 환자를 인계받은 환자의 언니는 너무나 감사하다는 뜻인 “발쇼이 스빠시바”라고 계속 말했다.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출산교실 연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 한국어 몰라도 필요한 정보 얻을 수 있도록 도움

비대면으로진행된결혼이민여성을의한한림대강남성심병원의'출산교실'모습
비대면으로진행된결혼이민여성을의한한림대강남성심병원의'출산교실'모습
응우옌흐엉 씨(27세·가명)는 한국에 온 지 3년 된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이다. 현재 남편과 함께 임신을 계획하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식이 없어 걱정이 많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 진행하는 출산교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행복한 모유수유 방법’, ‘좋은 부모 되기’ 등의 수업을 들으며 같은 고민을 함께 하고 있는 산모들을 만나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공감하는 시간도 가지며 임신과 출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교실에 참여한 결혼이민여성들은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통역을 도와주던 ‘벤토(의료통역 자원봉사자)’ 와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정서적 안정 제공은 물론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있다.

의료통역사인 벤토는 '결혼이민여성 출산 전후 돌봄을 위한 의료통역사 양성 프로그램'을 수료한 외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다.

응우옌흐엉 씨는 “한국에서 임신을 하고 어머니가 되는 과정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관계자분들과 벤토를 통해 많이 배웠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병원 관계자분들께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출산교실 프로그램은 문화차이와 정보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산모를 대상으로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돌봄 등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강남성심병원만의 프로그램이다. 병원이 위치한 영등포구는 다문화가정이 5만4000여 명으로 구 전체 인구의 13.8%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베트남·중국·캄보디아 등 10개국의 결혼이민여성 1031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하루에 두 시간씩 약 일주일간 진행되는데 수업은 사회사업팀의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산부인과 의료진·물리치료사·영양사 등이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한다.

참가자들은 ▲임신주기별 변화와 주의사항 ▲임신 중·산후여성의 심리·정서적 특성 등 다양한 수업에 참여하며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전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배우고 습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결혼이민여성의 경험나누기’ 시간이 별도로 마련돼 임신·출산 및 양육과정에서 힘든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출산교실에는 베트남,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출신 결혼이민여성 25명이 참여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해 진행됐다. 중국·베트남·몽골 출신의 벤토 8명이 이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온라인 사이트와 화상채팅프로그램 Zoom(줌)을 통해 실시간 강의 통역과 의사소통을 도왔다.

최경애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사회사업팀 팀장은 “결혼이민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출산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낯선 타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결혼이민여성에게 도음의 손길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당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렵지만 비대면으로도 꾸준히 진행해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2013년부터 서울시 지원으로 다양한 다문화가족 지원 특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벤토 프로그램뿐 아니라 다국어 홈페이지 구축, 진료안내서 비치,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생애 첫 건강검진 지원,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 운영, 무료 독감예방접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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