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뿐 아니라 세계 암 사망률 1위…조기 검진 중요
폐암 5년 생존율 1기 80%이지만 4기 땐 10%에 불과
직접 흡연시 발생 위험 13배…유해 물질도 발병 원인
정애란의 딸이자 배우인 예수정은 "엄마가 전원일기 제작에 혹여 누를 끼칠까 투병 자체를 함구하고 매주 촬영에 임했다"면서 "보호자 없이 혼자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강인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고 정애란은 '전원일기' 종방 3년 뒤인 2005년 별세했다.
#. 영화 '장군의 아들'과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과 맞섰던 역을 연기한 고 이일재의 2주기 추도식이 지난 4월 열렸다.
그는 2018년 tvN 예능프로그램 '둥지탈출3'에 출연, 폐암 투병 사실을 밝혔다. 당시 그는 "빨리 회복해 동료들과 현장에서 만나고 싶다"며 방송 복귀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끝내 2019년 4월 폐암 투병 중 5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개성있는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두 배우가 투병했던 폐암. 폐암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9 한국인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36.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장암(17.5명), 위암(14.9명). 췌장암(12.5명) 순으로 사망률이 높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은 1기 80%, 2기 60%, 3기 30%, 4기 10%로 알려져 있다. 폐암은 증상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다른 장기에도 암세포가 퍼져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따라 조기에 검진을 통해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은 말 그대로 폐에 생긴 악성 종양을 뜻한다. 심장과 함께 흉강에 자리잡은 폐는 우리 몸에서 호흡을 담당하는 필수기관이다. 오른쪽은 상·중·하 3개의 폐엽으로, 왼쪽은 상·하 2개의 폐엽으로 이뤄져 있다. 폐의 하위 기관은 세기관지, 종말 세기관지, 호흡 세기관지, 허파꽈리관, 허파꽈리가 있다.
폐 자체에 발생하면 '원발성 폐암', 다른 장기에서 생긴 암이 폐로 전이돼 발생한 암은 '전이성 폐암'이라고 한다.
또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하는데 폐암 가운데 80~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으로 나뉜다.
폐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 요인은 간접 흡연을 포함한 흡연이다. 폐암의 약 85%는 흡연이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암의 발생 위험은 직접 흡연이 13배, 장기간 간접 흡연이 1.5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폐암 환자의 80% 이상은 흡연 경험이 없는 경우다. 간접 흡연과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주방 내 유해연기, 방사성 유해물질 노출, 노령화에 따른 암 발병 자체의 증가 등이 증가 요인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석면, 비소, 크롬 등의 위험요인에 노출된 직업적 요인, 공기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방사선 물질 등의 환경적 요인, 폐암 가족력이 있는 유전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해 발생한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서종희 교수는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초기에 발견이 쉽지 않다. 폐암 환자 중 평균 5~15%만이 무증상일 때 폐암 진단을 받는다"며 "증상이 나타날 때면 이미 폐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날 경우 자각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 객혈, 가슴 통증, 호흡곤란이다. 이외에 비특이적 증상으로 체중 감소, 식욕부진, 허약감, 권태, 피로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폐암이 의심될 때는 1단계로 폐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이후 폐암이 확인되면 수술 가능 여부를 고려하게 된다. 진행된 폐암은 조직검사 등 정밀 진단을 통해 폐암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폐암 세포의 종류는 무엇인지, 폐암의 위치는 어디인지를 확인해 치료 방법을 최종 결정한다.
폐암의 조직검사는 기관지 내시경을 통해 병소 부위에 접근해 조직을 떼어내는 기관지 내시경 검사, 기관지 주위의 임파선 조직검사가 가능한 초음파기관지내시경, 흉막 전이를 진단할 수 있는 내과적 흉강경, 가느다란 주사침으로 피부를 통해 병소 부위를 찔러 암세포를 빼내는 경피부 세침흡인 검사법이 있고, 조직검사가 불가능한 병변인 경우는 수술장에서 직접 떼어내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조직검사를 할 수도 있다.
서종희 교수는 "보통 폐암 1, 2기 병기에는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게 되는데 필요한 경우 함암치료나 약물치료를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다"며 "반면 3기 이상으로 진행된 폐암인 경우에는 수술을 하든 비수술적 치료를 하든 치료 효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권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폐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다. 또한 오염된 공기, 미세먼지, 석면, 비소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폐암유발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외출이나 작업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서종희 교수는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40세 이후 매년 1회씩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령자이거나 흡연력이 오래된 분들은 폐암 조기 진단 방법으로 추천되는 저선량 CT를 찍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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