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 '진료 표준화' 작업이 우선, 시장 혼란 우려... 커머스 플랫폼 등은 사용자 확대에 기대감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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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부터 동물병원 진료 비용 의무 게시해야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실시됐다. 이에 대한 수의계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대한수의사회는 동물진료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이 같은 정책 도입이 시장의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맥락을 본다면 최근 추진되고 있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제도’를 둘러싼 그 것과 비슷하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2명 이상의 수의사가 있는 동물병원은 병원 내 반려인이 알아보기 쉬운 곳에 진료 비용을 게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비용은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물병원 진료 비용 의무 게시는 현재 2인 이상의 수의사가 있는 동물병원에만 적용되지만 2024년부터는 1월 5일부터는 1인 이상 동물병원도 적용될 예정이다.

진료비를 게시해야 하는 진료 항목은 ▲진찰 ▲상담 ▲입원 ▲엑스레이(X-ray)검사 ▲혈액검사 ▲예방접종 등 주요 진료 항목 100개이다. 동물병원은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3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반려동물 가구 수가 증가하고 동물병원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 또한 확대되면서 ▲동물병원별 진료비 편차 ▲진료비 사전 고지 부족 및 과다청구 등의 문제가 발생해 개선이 필요했는데 이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난감함을 표했다. 현재 동물병원마다 검사 항목과 수술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를 명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 수의사는 “기본적인 체계가 잡혀 있는 사람 병원도 비급여 진료 비용 공개까지 10년이 넘는 시간과 과정을 거쳤고 현재도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진료 표준화 등에 시스템에 대한 보완이 이뤄진 후 시행되는 것이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병원 간 지나친 가격 경쟁을 유발해 동물의료사업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제도’의 문제 와도 맥이 닿아 있다.

B 수의사는 “동물 진료에 여전히 부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은 동물병원 간의 지나친 가격 경쟁을 불러 소규모의 사업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증상을 직접 말할 수 없는 동물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에서의 진료와 검사를 해야해서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검사를 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써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해 수의사가 위축될 수 있어 충분한 진료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도리어 소규모 동물병원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굿닥’, ‘강남언니’, ‘똑닥’ 등 병원 플랫폼과 이로 인한 비급여 진료 서비스의 성장 등을 언급하며, 홍보마케팅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소규모동물병원에서는 마케팅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현재 커머스형 플랫폼 ‘마이펫플러스’와 회원제 동물정보 사이트 ‘펫프라이스’가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이 같은 서비스의 플랫폼은 더 늘어 것으로 예상된다.

C 수의사는 “정책 초 다소간의 혼란은 있겠으나, 반려동물 시장이 커져감에 따라 반려인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향후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또한 보호자가 원하는 것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은 아닐 것이므로, 이번 개정안이 동물병원 진료에 대한 이해 확산과 질적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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