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체육계의 10년 후 모습은 어떨까? 선수들은 제대로 수급이 될 것이며, 지도자들은 여전히 1년 계약으로 불안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닌지, 학교 운동부는 절반 이상이 없어지지 않을까? 국민의 과반 정도가 참가한다는 생활체육 참가 비율은 조금이라도 늘어날까? 정치와 분리하기 위해 야심차게 출발했던 지방체육회의 민선화는 성공할까? 그리고, 일방적인 헌신으로 종목 단체를 이끌고 있는 회장님들이 그때도 지치지 않고 남아 있을까? 아니 회장을 하려는 분들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망이 어둡다. 이대로 간다면 여러 비관적 예측과 더불어 올림픽 5위는 물론 10위 재탈환도 어렵고 스포츠 강국이니 선진국이니 하는 꿈같은 구호는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간다면 말이다.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현재의 선수 수와 팀을 살펴보면 반 토막이 난 경우가 허다하다. 재벌 기업이 예산을 엄청 지원하는 일부 종목의 경우도 그렇고 상대적으로 지원이 빈약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수많은 학교 운동부가 학교장이나 체육교사들의 외면과 무관심에 밀려 학부모의 고통 가중은 물론 그들만의 리그에 빠진 지 오래됐고, 코로나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생활체육 참가율이 답보 상태에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준비 없이 탈 정치, 비 정치의 이상만 가지고 출발한 지방체육회가 정치로부터 얼마나 오염되고 분란에 휩싸일 수 있는지 우리는 그 현실을 생생하게 보고 있다. 그리고 1년 계약직에 10년이 넘도록 물가 상승률에 턱없이 모자라는 급료를 받으면서도 희생과 고통을 견디고 있는 대다수의 지도자들에 대해 체육계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능한지 보고 있다. 실업팀 선수들의 경우도 지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울러 툭하면 나타나서 ‘이제 메달은 필요 없다’는 괴상한 논리로 엘리트 스포츠를 폄하하는 그야말로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과 체육인들을 우리는 잘 보고 있다.
10년 후에는 이런 고통과 고난이 좀 해결될까? 정말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올해 1월에 스포츠 기본법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대통령이 지명하는 민간위원 1인과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가 발족하여 5년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위원회가 체육계에 산적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진지하고 촘촘하게 문제를 들여다보면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흔히 체육 발전의 결정 요인을 시설, 지도자, 프로그램, 행・재정 지원, 그리고 홍보로 꼽는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그동안 미진했던 행・재정 지원 체계를 재정립함으로써 체육시설과 프로그램을 내실화 하고 지도자의 역할을 공고히 하여, 미래 한국체육의 발전과 재도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동안 문체부의 체육 분야 지원이 주로 시설과 프로그램 확장 등 스포츠 하드 웨어와 소프트 웨어 활성화에 치중되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선수와 지도자, 동호인, 그리고 체육행정 인력 등 스포츠 휴먼 웨어의 안정에도 눈을 돌렸으면 한다.
다시 말해 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되 체육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인력들이 경제적, 사회적 처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고 싶다. 묵묵히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해 왔던 체육인들의 희생에 대해 우리 사회는 그동안 너무도 당연시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창립을 계기로 향후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체육인들의 잃어버린 수 십 년을 그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이야기 나온 김에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우선적으로 학교 체육을 정상화하면 좋겠다. 정과 체육 시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운동부가 고사 직전에 있는 만큼 위원회 신설을 계기로 국가 차원의 강력한 개선 지원 체계가 시행되어야 한다. 건강한 국민을 양성하고 미래의 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교 체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국민의 생활체육 행정과 지도를 전담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체육회가 예산 문제로 인해 자치단체와 정치적 종속 관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지방체육회 예산의 독립성을 부여하기 위해 과감하고 시급한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우리나라 실업팀 선수들의 80% 이상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만큼 선수와 지도자를 3년 이상 무기직으로 전환하여, 오전에는 각 행정 부서에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운동하는 시스템을 갖추되 선수와 지도자직 은퇴 후에는 내외근직으로 정상 근무하는 명실공히 아마추어 직장 운동부로 획기적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일 것이다.
아울러 학교 운동부와 직장 운동부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인력들이 경제적, 사회적 처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고 싶다.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를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과감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반드시 시행해야 할 과제다.
마지막으로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메달을 단순히 국가적 경쟁의 산물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선수와 지도자 개인의 명예와 현실일 뿐 아니라 메달은 스포츠 산업과 국민 정서에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을 미친다. 엘리트스포츠 육성에 국가는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상으로 체육계에 산적해 있는 수많은 문제들 중 일부를 예시하였지만 다른 많은 과제들과 더불어 향후 미래 10년에 특별히 중시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정부가 한국체육의 미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상 체육계도 심기일전해야 한다. 외부 환경을 탓하지 말고 먼저 우리 스스로 도덕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자정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성이 뛰어난 체육 인재들이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 중심 행정을 도와야 한다. 체육계가 만일 현재의 문제를 방치하고 과거의 악습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외부의 도움은 다시 중단될 것이고 국민들로부터 더욱 거세게 외면당할 것이다.
미래준비위원회의 말처럼 절대적인 미래는 없다. 사회의 어느 분야 못지않게 대안적인 미래를 체육계도 창조해 가야 한다. 체육계는 당연히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해야 한다. 아울러 체육인이 중심이 되고 체육인이 제대로 대우받는 정책을 향후 10년 동안 체육계는 주의 깊게 설계하고 실천해야 한다.
(글 : 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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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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