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1998년 방콕 대회(금메달 65) 이후 2002년 부산(금 96), 2006년 카타르 도하(금 58), 2010년 중국 광저우(금 76), 2014년 인천(금 79)까지 5개 대회 연속 종합 2위에 올랐지만,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금 49)에서는 일본(금 75)에 밀려 종합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도 일본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항저우로 간다.
자존심도 좀 상하고 어쩌다 대한민국 체육이 이 지경까지 됐는가 하고 탄식하는 체육인들과 국민들이 적지 않지만 어떻든 아시안게임을 위해 우리 선수단은 힘차게 간다. 세간에서는 이제 메달에 관심 없다고들 하지만 일본에 형편없이 밀리고 오면 틀림없이 말이 많아진다. 근래 양국 간의 관계가 각별하더라도 한일간의 스포츠 경쟁은 여전히 치열함 그 이상이다.
대한민국의 스포츠 국제 경쟁력이 형편없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궁 정도 제외하고 메달 획득을 안심할 수 있는 종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툭하면 일본과 비교해 대한체육회장은 일본이 엘리트 스포츠에 투자를 과감히 한 반면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해 국제 경쟁력이 추락했다고 주장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절대 맞는 말도 아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다투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짚을 것은 대한체육회가 대회 3위로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코 선수와 지도자들의 탓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 기회에 우리나라의 스포츠 경쟁력이 곤두박질친 이유를 심도 있게 살펴볼 것이다.
국제 스포츠 경기력은 국가 간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많이 퇴색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가와 선수들의 자존심과 명예는 물론 국민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이 열심히 싸우다 져도 박수를 보내지만 국민들은 이기면 더욱 크게 박수 친다. 선수와 지도자는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국가의 스포츠 산업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후속 세대의 선수층 확보와 생활체육 동호인 확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아무튼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다.
어떻든 판은 벌어졌다. 선수와 지도자들은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 경기하고 오면 된다. 조금 욕심을 내면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고 오길 바란다. 그대들은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단 사람들이다. 국가대표들이다. 아무나 그 자리에 설 수 없다. 온 국민은 그대들을 보기 위해 항저우도 따라가고 TV 앞에서 숨을 죽인다. 극히 일부 국민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국민은 무한한 관심과 응원을 보낸다. 우리를 대신해 그 숨 막히는 현장에서 타국의 젊은 대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이다.
원 없이 싸우고 돌아오라. 즐기든 긴장하든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후회 없이 싸우고 돌아오라.
결과는 하늘의 뜻이다. 하늘이여, 부디 대한민국 선수단을 지켜주소서.
(글 : 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인뉴스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수지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