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중 장기려 박사의 천막병원에서 시작… 의료시설이 부족한 낙도 등 찾아다니며 지원, 해외는 원격으로 의료자립 도와

고신대복음병원전경
고신대복음병원전경
고신대복음병원은 1951년 세워진 부산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병원이다. 고 장기려 박사가 한국 전쟁 시절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부산 영도의 한 천막진료소에서 무료진료를 시작한 것이 병원의 모태가 됐다.

개원 70주년을 맞이한 현재는 부산·경남지역 의료서비스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는 거점 병원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 장기려 박사의 뜻을 이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의료지원과 사회공헌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병원이 특히 신경을 씨고 있는 것은 의료기관의 손이 닿지 않는 지역의 주민들이다. 의료비지원 등 인근 지역의 의료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역시 활발하지만,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단순한 지원 서비스만으로는 도움을 주기 어렵다.

이에 병원은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직접 찾아가서, 찾아갈 수 없는 곳은 원격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들의 건강을 받침 하는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진 남해다랭이마을과 결연, 찾아가는 낙도의료봉사활동

추도에서의낙도의료봉사
추도에서의낙도의료봉사
고신대복음병원의 가장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는 의료 취약지를 찾아가는 의료봉사를 들 수 있다. 병원은 ‘한마음 봉사대’ 등 의료인 봉사대를 꾸려 의료기관이 적어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시골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 필요한 검진과 진료 등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병원은 도서·산간·낙도지역을 대상으로 매년 5∼6차례 진료 및 약품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국제라이온스협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손을 잡고 진행하는 ‘낙도 의료봉서 활동’은 의료기관이 부족한 섬 지역 주민들에게 반가운 단비가 되어주고 있다.

추도, 연화도, 가덕도, 사천비토 마을 등 인근지역의 섬마을을 찾아가 건감검진과 진료 등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섬지역은 지역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들로 주변에 병원이나 약국이 없어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외부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은 단순히 의료지원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교육 등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다랭이마을의료봉사
다랭이마을의료봉사
아예 결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곳도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안 전통 마을인 남해다랭이마을과 2008년 자매결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이 마을은 지난 2005년 국가명승 제 15호로 지정됐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지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없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병원은 협력기관인 삼성전기와 함께 다랭이마을과 1원1사1촌 결연을 맺고 매년 마을을 방문해 근골격계·척추관절 질환을 비롯, 내과 가정의학과 등 농촌 어르신들에게 주로 필요한 진료과의 진료와 검진을 시행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상비약 등을 전달했다.

“찾아갈 수 없다면 원격으로…” 하노이의과대학 원격거점센터 구축 및 개소

베트남원격거점센터개소식
베트남원격거점센터개소식
현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멈춰있지만 고신대복음병원은 해외의료봉사활동 역시 매우 활발하다. 중국·필리핀·페루·말라위·몽골·베트남·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했으며, 그 결실로 카자흐스탄 현지에 거점병원을 설립, 해외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다.

또 각지 의료봉사활동 중 만난 난치병 환자들은 병원으로 초청해 무료 수술을 진행하는 등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고신대복음병원의 해외봉사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그 지역주민들에게 의료지원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의 의료인들의 역량을 길러 의료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안과 이상준 교수는 필리핀 뚜게가라오에 전문 의료장비를 기증하고 관리하는 법을 지도했으며, 내분비내과팀는 오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해 산간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요오드가 섞인 소금이 필요하다는 논문을 발표, 요오드 소금을 전달하며 치료와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이 같은 해외의료봉사활동의 철학은 국가 간 방문이 어려워진 코로나19 시대에 빛을 발했다. 2019년과 2020년 고신대복음병원은 각각 베트남 호치민 롱안지역과 하노이의과대학에 원격거점센터를 개소하고 의료장비와 의료기술을 비대면으로 지원하고 의료 자활을 돕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15년과 2016년에도 카자흐스탄에 거점센터를 두곳 개소했다. 병원은 센터에 의대교수들을 파견해 현지 진료 및 컨설팅·CS 교육과 원격진료를 통한 의료교육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병원은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나눔의료, 의사연수, 교류세미나 개최 등 꾸준한 교류사업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오경승 병원장은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원격진료기술이 의료현장에서 더욱 필요해지는 만큼 고신대병원이 가진 노하우를 여러 나라에 공유해 지금의 어려운 의료상황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의 사회공헌활동의 뿌리에는 초대 병원장 고 장기려 박사의 신념이 자라하고 있다. 가장 가난한 시기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의료활동을 한 그는 “나는 치료비가 없어서 의사의 진찰을 받지 못하고 죽는 환자들을 위해 의사 일을 하려고 결심했다”고 밝히며 언제나 의료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장 박사를 기리며 병원 앞 822m 구간 도로의 이름을 ‘장기려로’라고 붙이고, 성산 장기려기념사업회와 함께 매년 12월 추모행사를 통해 고인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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