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펫동물의료센터 최재혁 수의사
닥터펫동물의료센터 최재혁 수의사

반려동물이 경련이나 발작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주로 진단되는 병명들이 있다. 저혈당증, 간부전 등의 증상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뇌수두증, 뇌염, 뇌종양 같은 뇌 안 쪽 문제일 확률이 높다. 그 중 국내 반려견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치와와, 포메라니안, 몰티즈, 요크셔테리어 등의 소형견에게 자주 발현되는 뇌수두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는 반려견 뿐 아닌 반려묘에게도 나타나는 질환이므로 강아지나 고양이 보호자 모두가 유의해야하는 질환이다.

뇌수두증은 병명 그대로 머리에 물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차는 질환으로 선천성 원인과 후천성 원인으로 나뉘어진다. 선천적으로는 자궁 내 감염, 발달장애 혹은 유전인자로도 발병될 수 있고, 후천성으로는 두개골과 두경 접합부 척주의 형성이상 혹은 뇌척수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종괴성 병변에 의한 폐색 그리고 감염성 질환으로도 발병된다. 선천성 요인에 의해 발병되는 케이스가 많아 나이가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도 주의해야 하는 질병이다.

뇌척수액은 일정양을 유지하며 뇌와 척수를 순환하면서 뇌를 보호하고,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상기의 원인으로 인해 흐름이 막혀 뇌척수액이 증가하면 뇌실이 부풀어오르면서 뇌를 압박하고 뇌압이 올라간다. 압박하는 부위에 따라 다양한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보행이상, 사시 및 시력 이상, 인지능력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경련과 발작 증상을 보이게 된다.

사람은 평소와 다른 작은 경련을 스스로 감지할 수 있으나, 반려동물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전신발작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보호자가 아이의 발작 전조 증상을 눈치채고 조취를 취해야 한다. 같은 자리를 멤돌거나 안절부절 못하고 고양이의 경우에는 구석에 숨어서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고개가 흔들리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하고, 침을 흘리거나 입 주변을 핥기도 하고 구토 증상이 보이기도 하며 흥분하여 울부짖기도 한다. 이러한 전조증상이 60초 전후로 지속되다가 본격적인 발작이 시작되면 근육이 수축하고 대소변을 흘리기도 한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고 누워서 달리듯 발을 휘저으며 입으로는 음식물을 씹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침을 흘리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5분 전후로 지속되는데,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부딪힐 수 있는 주변 사물을 치워주고 편안한 쿠션을 깔아 눈과 관절이 다치지 않게 해줘야 한다. 구토를 했을 경우 토사물이 기도로 들어갈 수 있어 최대한 닦아주는 것이 좋으며 무엇보다 보호자가 흥분하지 말고 최대한 침착한 모습으로 대처를 해줘야만 한다. 그리고 발작에서 깨더라도 바로 물이나 음식물을 주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발작이 진정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뇌실 확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영상검사가 필수적이므로 CT, MRI가 가능한 병원으로 내원해야 한다. 초음파검사로 뇌실 확장을 진단할 수 있고, CT검사로는 주변 뼈의 형태 이상까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뇌실 주변 부종성 병변, 소뇌 압박, 뇌 탈출, 특이 확장 형태 등 뇌수두증의 영상학적 특징에 대해 정밀하게 확인하고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MRI 검사가 동반되어야 한다.

치료법은 내과적 방법과 외과적 방법 두 가지가 있다. 뇌척수액의 과도한 생성을 줄이는 약물 혹은 배출을 돕는 이뇨제 처방을 시도하는데 상태에 따라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과적 치료법으로도 증상의 개선이 없고 악화가 된다면 VP shunt라는 외과적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이는 뇌실에서부터 복강까지 인공적으로 카테터를 삽입하여 뇌척수액이 복강으로 배출되도록 돕는 수술법이다.

뇌수두증은 시기와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시도해야 하며 치료법과 발견 시기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MRI 검사를 통해 상태와 원인에 대한 전문가의 정확한 분석에 따라 치료를 시행해야만 한다. 또한 보호자는 아이에게 심각한 전신 발작이 오기 전 작은 경련을 놓치지 말고 조기에 발견하여 반려동물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닥터펫동물의료센터 최재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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