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는 곧게 펴고 뛸 때는 구부러지는 팔, 원인은?
좀 더 효율적인 에너지 소모를 위한 진화의 결과일 수 있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팔을 구부린 상태로 달리기를 하는 것이 팔을 곧게 하고 달리는 것보다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원들은 걷기나 달리기를 할 때 팔을 구부리게 되면 직선일 때보다 짧은 호를 갖게 되는데, 이 경우 팔을 앞뒤로 휘는 힘이 덜 필요하기 때문에 팔을 구부리게 되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이 가설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움직일 때의 에너지 사용에 구부러진 팔이 더 효율적이라면, 걸을 때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팔을 구부려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을 때 팔을 곧게 뻗는다.
이에 연구진은 남자 4명과 여자 4명을 상대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8명의 피실험자들에게 팔을 구부린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트레드밀(걷기나 달리기용 운동기구) 위를 걷거나 뛰도록 했다. 이러한 피실험자들의 움직임을 적외선 카메라 및 모션 캡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피실험자들은 모두 팔을 곧게 펴고 뛰는 것이 어색하다고 답했는데, 실제로는 팔을 구부린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 모두 뛰었을 때 에너지 효율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걷기를 했을 때는 보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실험 참가자들이 팔을 구부리고 걸을 때 에너지 소모량이 약 11%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은 걷기는 달리기에 비해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 때 팔을 구부리게 되면 팔의 움직임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걸을 때 팔을 무의식적으로 곧게 뻗는 이유를 밝혀주었다. 그러나 달리기를 할 때 팔을 구부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히 찾아내지 못했다.
이에 연구진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팔 비율의 변화가 팔의 움직임과 걸음걸이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오래 전 사라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 등의 초기 인류는 현생 인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팔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장거리 달리기 등으로 더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짧은 팔이 훨씬 이익이었기 때문에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팔 길이가 짧아졌다는 것인데, 달릴 때 팔을 구부리는 것 역시 팔을 짧게 만드는 것이 움직임에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 편, 이번 연구 결과는 ‘실험생물학회 학회지(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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